"3.1운동 정신은 대립과 분열을 넘어, 비폭력·평화·저항 정신이 담긴 소중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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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에서 19일 오전 10시부터, KCRP 3.1운동 백주년 기념 국제세미나 개최
김희중 주교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3.1 운동 백주년 기념 국제세미나가 19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개최됐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와 문화관광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국제 세미나는 세계 각지 종교인들이 모여, 3.1운동의 비폭력·평화·저항 정신을 기렸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대표회장 김희중 주교가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이번 3.1운동 세미나가 불의에 항거하는 저항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3.1동 정신이 현재와 미래 인류 공존에 어떻게 공헌했는지, 다각적으로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문화광광부 이유성 종무실장도 축사를 전했다. 그는 “한반도 식민 해방을 촉발시킨 비폭력 저항운동인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라며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 각지 종교인들의 지혜가 전 세계 평화의 빛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ACRP 사무총장 노부히로 네모또 목사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뒤이어 ACRP 사무총장 노부히로 네모또 목사도 축사를 전했다. 그는 “일본인으로서 한국 식민 통치 과거를 깊이 사과드리고 싶다”며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모든 한국인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식민통치는 인간의 권리를 억압하고 모든 형태의 존엄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더불어, 생명에 대한 차별을 만들고, 조장 한다”고 전했다. 또 그는 “아시아세계평화종교회의는 비폭력 정신을 통해 모든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고자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비폭력 저항 정신을 보여준 3.1운동은 매우 뜻 깊다”고 했다.

특히 그는 “3.1운동을 통해 민족의 통합과 화합을 위해 종교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점도 매우 의미 있다”며 “3.1운동은 종교와 교리 차이를 뛰어넘어, 한국과 세계 단합에 대한 토대를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때문에 그는 “우리 종교인들은 분열, 갈등이 아닌, 사람과 국가 간 협력과 단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3.1운동은 인간의 영구적 평화를 위해 노력한 비폭력 운동으로서, 이 정신을 이어받아 끝까지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이 이어졌다. 정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첫 번째 강사로 나섰다. 그는 “오늘날 한국 냉전 대결 체제를 종식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모색과 결의를 다져가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3.1운동 지혜를 되짚어 그 정신을 적용해 보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그는 “3.1운동은 민족자결과 민주주의·평등·자유, 정의 같은 민족적이고 인류보편적인 이념들이 집단적 참여 속에 천명된 최초의 집단 운동”이라며 “이후 3.1운동은 한국현대사가 추구할 가치와 공동체상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삼일정신은 이후의 민족운동사 속에서 명시적·묵시적 지침이 돼 민족운동을 이끌었다”며 “일종의 집단 무의식으로 작동돼, 역사를 한 발짝 씩 전진시켰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분단체제는 민족적 화합과 평화적 해결의 당위론인 삼일정신을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민족을 냉전적 대결과 전쟁으로 몰고 갔던 지도자들과 극우·극좌세력 행태는 명백히 민족적 대동단결을 촉구한 삼일정신을 배반한 것”이라 지적하며, “사망자만 152만 명, 부상자 294만 명, 실종 128만 명으로 당시 3천만 대한민국 인구의 6명중 1명의 사상자를 낸 6.25전쟁이 삼일정신을 배반한 분단체제의 결과”임을 비판했다. 덧붙여, 그는 “6.25 분단 체제는 한민족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들에게도 희생을 강요했다”고 평가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영훈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이로 인해, 그는 “안보를 명분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및 다양성이 통제됐다”며 “군대 역할 증대로, 군의 정치에 대한 발언권이 증대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단 70년 상황을 놓고, 원인으로 그는 ‘적대적 공생’을 뽑았다. 그는 “남북 국가의 지배세력은 서로 악마시 하면서, 국민의 증오심과 불안감을 조장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전쟁위기를 끝없이 환기시키면서 국민 불만을 막고 권력을 강화했다”며 “이를 통해, 남북의 집권 세력은 서로에게 존재이유를 제공하면서 공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그는 “분단체제는 삼일정신을 거부하고 성립했다”며 “반면, 삼일정신은 냉전대결체제를 극복하고 민족적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일정신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구체적 길은 무얼까? 그는 “‘대한민국’국가주의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국가주의라는 두 개의 국가주의를 뛰어넘어, 민족적 동질성과 공동 운명성을 고취하고 발휘해야 함”을 강조했다. 때문에, 그는 “삼일정신 중 공동운명성과 대동단결의 사상을 계승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민족 공동운명체 의식에 기초해, 이해와 양보, 용서와 화해의 장을 확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그는 “단일국가통일론에 대한 집착도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시대를 통해 단일국가통일론은 집권 세력에 의해 대중동원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됐다”며 “통일을 주창할수록 통일로부터 멀어지는 역설적 현상이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리하여, 그는 “남북이 함께 모색하는 한반도 평화체제는 전쟁위기를 종식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라며 “민족공동의 이익을 위해 두 정부가 상호협조하고 인적, 물적 교류를 확대하는 그런 체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과감하게, 그는 “북한이 민주주의와 인권 측면에서 취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북한이 스스로 개혁의 길로 나서도록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북한의 흠집을 공격하는 일에 신경 쓰기보다, 나의 주권이 미치는 대한민국을 더욱 공정 사회로 만들어 행복한 공간으로 바꾸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그는 “삼일정신에 의거해, 동아시아평화와 세계평화를 중재하는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종교인들의 역할도 당부했다. 그는 “삼일운동의 민족혁명을 종교인들이 선도했듯이, 탈냉전 방향의 한반도평화혁명도 종교계가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여, 그는 “민족적 대동단결과 민주주의, 평등과 복지, 그리고 보편적 정의와 인도주의를 외쳤던 삼일운동의 정신이 다시 발휘돼야 한다”며 강연을 마무리 했다.

간디주의 평화운동가 엔 바수데반(N, Vasudevan)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뒤이어 간디주의 평화운동가 엔 바수데반(N, Vasudevan)이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인도의 식민 통치 원인이 분열에 있었다며, 한국의 상황을 되짚으며 설명했다. 그는 “18세기 인도는 600개 이상의 작고 약한 왕국들로 이뤄져 있었다”며 “당시 왕들은 서로의 번영을 시기했고, 왕들 사이에는 큰 경쟁심이 있었다”고 전했다. 하여, 그는 “영국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분할 통치라는 계략을 썼다”며 “인도 식민 지배 이면에는 인도인들 사이의 분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독립이 바로 오지 않았고, 일본이 2차 세계 대전 패망으로 기어코 1945년에 해방됐다”고 전했지만, “이후 서구 열강에 의해 분단을 밟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3년 간 피비린내 나는 끔찍한 전쟁으로 120만 명이 목숨을 잃게 됐다”고 했다. 이처럼 그는 “인도가 1947년 독립 절차를 밟았어도, 인도-카슈미르 분쟁으로 인해 또 다른 분열이 일어났다”며 “인도의 경우는 힌두-무슬림 간 대립의 문제고, 남북한은 이념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그는 “인도가 독립을 쟁취하기 까지,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간디는 비폭력-비협조 저항운동인 ‘사티아그라하(진리의 힘)’를 통해 영국 같은 강력한 상대를 다룰 수 있는 해결책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간디는 조직적인 저항 프로그램 구축을 해, 삼등석 열차를 타고 광대한 인도 대륙을 돌아다니며 인도 마을 주민에게 ‘사티아그라하’를 가르쳤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영국의 조직적인 억압이 있었다. 간디는 이에 조직적인 정신력으로 맞설 것을 결심했다. 엔 바수데반은 “간디는 자기통제와 인내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간디는 인도의 자유를 갈망하는 집단적 의지가 바로 진실과 비폭력의 힘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당시 인도 마을은 소극적 저항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키우는 훈련소였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간디는 폭력은 단지 폭력을 낳을 뿐이란 것을 알았다”고 했다. 다시 말해, 그는 “간디는 눈에는 눈으로 식의 되갚음은 결국 모든 사람을 눈멀게 한다‘고 주장했다”며 “간디는 비폭력적 방법을 무기삼아 세계의 강력한 국가들을 굴복시킨 지도자였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을 본받은 운동으로 그는 “폴란드의 연대 운동, 체코의 벨벳 혁명, 에스토니아의 노래하는 혁명,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독일의 평화 혁명, 이란 혁명, 두 번의 필리핀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 몽골 혁명, 조지아의 장미 혁명,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이집트의 아랍의 봄 등이 있다”고 전했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한편 KCRP는 국제세미나 외에도 하루 전날 같은 장소에서 세계 종교인 33명과 7대 종단 수장 등 180여 명이 모여 환영 만찬의 시간을 가졌으며, 20일에는 도라산역 일대(임진각, 파주 등)에서 세계 종교인 평화 기도회를 개최한다. 또 21일에는 천도교 대교당과 탑골공원, 서대문형무소, 화성 제암리 등 4곳에서 3.1운동 역사 유적지 순례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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