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칼럼] 가이사의 것을 가이사에게 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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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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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혁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1980년대 총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이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을 때 일부 깨어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민주화운동 세력과 연대해 독재정권 타도, 민중생존권 쟁취 등을 함께 외치며 교회는 물론 거리에서 기도했다. 그때 교권을 지배하고 있던 ‘교회지도자들’은 바울의 로마서 13장을 내세우고, 심지어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거론하면서 독재정권을 편들었다. 어이가 없는 처사였다. 이름하여 정교분리론의 허구다.

정교분리론은 정교일치론과 동전의 앞뒤를 이룬다. 그들은 정교분리론으로 박정희, 전두환 독재를 지지했다. 또 그들의 일부는 정교일치론으로 장로 대통령을 지지하기도 했다. (물론 87년 김영삼 후보는 민주화운동 진영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양김 분열의 한편에 불과했다.) 김영삼, 이명박씨가 장로라고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그들이 장로라고 무조건 지지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에 얼마나 많은 교회 사람들이 동참했는지는 통계 자료가 없어 모르지만, 당선 이후 적지 않은 교회지도자들이 그를 칭송하는 언행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극히 일부 교회지도자들이 부정선거를 문제시하며 정권의 정통성에 의문을 표해왔을 뿐이다. 현 정부의 불통과 무능을 국민들은 각자의 처소에서 체감하고 있고, 이제 최순실 등 비선 실제들에 의해 국정이 농단되고 헌정질서가 유린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때 가이사의 것은 무엇이고, 가이사는 누구인가?

예수님의 시원한 말씀과 기적 치유로 따르는 무리가 구름 같이 불어나자 경쟁관계에 있던 헤롯당원들과 바리새인들이 공모해 예수님을 곤경에 빠뜨리고자 이렇게 물었다. 예수 선생, 가이사에게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어느 쪽으로 답해도 예수님은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는 외통수로 보였다. 그러나 예수님은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고 답하셨다. 이를 두고 바울은 로마서 13장 1~7절에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세상 권세를 인정하고 조세를 납부하고 법질서를 준수하는 의무를 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많은 신학자들이 이를 해석하고 토의해왔다. 그 중 하나가 정교분리요, 결과적으로 세속권력의 악행을 묵인하고 그와 종교권력의 공생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바울은 위 구절에서 분명히 말한다. 통치자의 권세는 하나님에게서 왔고, 그 권세로 통치자는 선을 행하고 악행에 맞서 정의를 세우라고 하신다. 하나님의 권세를 이용해 통치자가 하나님의 자녀를 억압해도 좋고, 거기에 백성들이 복종해야 한다고 말하는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 더 진지한 문제는 가이사에게 줄 것이 없을 때, 또 받아야 할 가이사가 부재하거나 자격이 없을 때 그리스도인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 예수님의 말씀은 통괘하기 그지없지만, 그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을 분리해 사실상 모든 가이사를 옹호하는 권력추종형이 주류고, 그 둘을 균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소수의 해석은 둘을 위계적 관계로 보는 것이다. 곧 하나님의 이름으로 선을 행하고 악에 맞서는 가이사만 인정한다는 견해다.

현재 한국사회가 가이사에게 줄 것이 무엇인가? 있다고 해도 지금의 가이사가 하나님의 권세에서 나왔는지, 또 하나님의 뜻에 맞게 행하는지는 의심스럽다. 이때 가이사가 국가위기, 국정공백을 명분으로 악을 행하려 할 때 그리스도인들은 가이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 세금과 복종! 그리스도인은 작금의 세속권력의 붕괴 사태가 교회의 신뢰와 권위 상실과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과 바울의 해석을 곱씹어볼 때다.

/글=평통기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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