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진정으로 살펴본 국내 反다문화 실태>

변화를 받아들이는 '인식의 전환' 필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차지연 기자 = 인도에서 온 보노짓 후세인(29)씨는 2009년 7월 여름 어느 날 저녁 무렵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한국인 승객 박모씨로부터 &quot;더럽다&quot;, &quot;냄새 난다&quot;는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이윽고 동행하던 한국 여성에게까지 &quot;넌 조선X이냐. 새까만 외국 놈이랑 사귀니까 기분이 어떠냐&quot;는 모욕적인 발언을 하자 참지 못한 후세인씨 일행은 박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서에서조차도 후세인씨는 차별받는 느낌을 지우지 못했다.

조사를 하던 경찰관마저 &quot;웬만하면 합의하라&quot;고 권유하는가 하면 성공회대 연구교수 신분이던 후세인씨에게 &quot;어떻게 1982년생이 연구교수가 됐느냐. 정확히 뭘 하는 사람이냐&quot;라며 캐물었다고 한다.

2007년 5월18일 나이지리아인 E씨는 동료와 함께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그러나 레스토랑 직원은 신분증을 요구하더니 &quot;아프리카인은 받지 않는다&quot;고 말했다. &#39;흑인이어서 그러냐&#39;는 질문에 그 직원은 퉁명스럽게 &quot;그렇다&quot;고 답하더라는 것이다.

다른 나이지리아인들도 &#39;나이지리아인은 출입할 수 없다&#39;는 말을 듣고는 그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선 두 가지 사례는 모두 인종에 따른 차별로 인정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의조치와 인권교육, 재발방지 등의 권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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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국내 체류 외국인은 126만여명으로 국내 인구의 2%를 넘어섰지만 이들을 포용하고 다문화 사회로 가기 위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사실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확인된다.

인권위는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인터넷상의 인종차별적 표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외국인이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누리꾼의 정서적 반응에 호소하는가 하면, 심지어 폭력적 행위를 하도록 선동하는 표현이 심심찮게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quot;혼혈인의 증가를 가져오는 국제결혼을 중단시켜야 한다&quot;는 뿌리 깊은 순혈주의 인식이 대표적이다.

또 &quot;G20 회의장 반경 2km 이내에는 무슬림의 접근을 금지시켜야 한다. 혹시나 모를 테러에 대비해 접근 시 전원 사살해 버려라&quot;는 등 중동 출신 외국인을 테러리즘과 연결해 위험한 집단으로 묘사하는가 하면 극단적인 적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quot;파키스탄, 방글라데시 XX들은 한국인 여성 중 약자인 지적장애인들을 골라서 성폭행하고 강제결혼 후 한국 국적을 취득한다. 이게 다 인종청소주의자들이 없어서 그렇다&quot;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특정국가 출신을 비하하거나 차별적인 편견을 조장하는 사이버 공간의 표현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다문화 #순혈주의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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