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기독일보] 백악관에서 지난 3일 오후 93번째 성탄절 트리 점등식이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이날 오후 6시께 백악관 남쪽 광장에서 자신의 가족은 물론 워싱턴D.C. 주민과 각계 인사 등 약 1천 명과 함께 카운트다운을 했다.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약 9m 높이의 트리에 장식된 약 4만5천 개의 LED 전구가 일제히 빛을 발했다. 전구는 녹색 바탕에 노란색 세로줄 무늬 모양으로 배치됐고, 트리 꼭대기에는 별 모양 장식이 달렸다. 백악관의 성탄 트리는 이날부터 새해 첫날까지 일몰 때부터 오후 11시 사이에 점등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점등식에서 "오늘 저녁 마음이 무거울 동료 미국인들, 특히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에서 슬퍼할 사람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자"고 말했다. 또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그들에게 우리의 사랑을 전하자"고도 했다.
지난 2일 LA(로스앤젤레스) 동부의 샌버나디노시에서는 무슬림 부부에 의한 테러 사건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크게 고조되고 있고, 이날 점등식에서도 테러 방지 차원에서 참석자들에 대해 정밀 보안검색을 실시한 것은 물론, 행사장인 남쪽 잔디마당 인근 도로의 통행을 모두 봉쇄했다. 이로 인해 이날 오후 3시께부터 백악관 주변에서는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으며, 일부는 이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각지에서 성탄 트리 장식에 나설 많은 가족들이 "다 함께 모여서 가족과 친구라는 간단한 선물이자,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대해 정신을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그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통의 인간성'을 공유하기 위해 하나되자고 요청하면서 "이 이상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미국인들, 특히 명절에도 집에 오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고 전했다. 이어 "그들과 그들의 가족은 우리를 위해 너무나 큰 희생을 하고 있다"면서 "그들로 인해서 우리는 자유를 누리고, 예배할 수 있으며, 오늘 같은 밤에 이렇게 함께 자리에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 모든 종교(all faiths) 안에 반영되어 있다는 종교다원주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시리아 난민 수용을 암시하는 듯 미국인과 전 세계인들이 "연민의 정신"을 나누자고 요청하면서 "이것이 성탄절을 축하하는 아이와 그 가족에게 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구유에 난 왕이 우리에게 가르친 것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고, 형제와 자매를 지키는 자가 되고, 주린 자를 먹이고, 병든 자를 찾아가고, 이방인들을 환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러한 것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이지만, 모든 종교의 기반이 되는 가치들이기도 하다"면서 "이러한 가르침들은 절기 동안만 소중히 여겨지고 받아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매일 매일의 일상의 생활에서 실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지난 1923년 캘빈 쿨리지(Calvin Coolidge) 전 대통령이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행사(White House National Christmas Tree Lighting ceremony)'를 처음 시작한 이후 매년 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대통령의 연설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부터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