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오 칼럼] 루터와 칼빈은 칭의와 성화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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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 목사ㅣLCMS 한인담당 부목사 ©미국시온루터교회(LCMS)

지난 주 종교개혁 주간을 맞아 루터와 칼빈을 위시한 개혁교회는 칭의와 성화를 어떻게 이해했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 문제에 대해 기독교인들이 보다 쉽게 루터와 칼빈의 신학적 차이를 이해하도록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칭의란 “죄인된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 함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고, 성화란 “하나님의 은혜로 의롭다 칭함을 받은 인간이 어떻게 그에 합당한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칭의가 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이루신 대속의 은혜와 연관되는 반면, 성화는 성령을 통한 인격과 삶의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다면 종교개혁가 루터와 칼빈은 이 칭의와 성화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1. 루터: 칭의의 신학자

먼저 루터 신학은 언제나 칭의에 강조점이 있다. 즉, 율법을 통해 자신이 죄인임을 깨달은 인간이 회개하고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는 점을 언제나 강조한다. 루터에게 있어 칭의와 성화는 서로 동등한 것이 아니라, 언제나 강조점은 칭의론에 있다. 그리고 성화는 칭의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본다.

루터는 하나님께서 인간이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의롭다 여겨주시기 때문에 그 은혜의 결과로서 거룩한 삶을 살게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언제나 이웃 사랑은 하나님 사랑의 결과지, 이웃을 사랑한다고 해서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 점은 루터가 소교리 문답서에서 십계명에 대해 설명할 때 잘 드러난다. 루터는 십계명의 각 계명에 답하면서, 하나님을 두려워하고 사랑할 때 그 모든 계명을 지킬 수 있음을 말한다. 언제나 칭의를 강조하는 루터 신학의 이러한 특징을 잘 알려진 대로 ‘십자가의 신학’ 이라고 부른다.

2. 칼빈: 성화의 신학자

루터와 달리 칼빈 신학은 성화를 강조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의롭다 여김을 받은 인간이 이제 그 은혜에 합당한 삶을 사는 것, 즉 성화에 강조점이 있다. 루터의 신학에 있어 성화는 칭의의 결과인 반면, 칼빈의 신학에 있어서 성화는 칭의와 서로 동등한 중요성을 갖는다. 칭의와 성화는 필요 충분 조건으로 하나님 사랑이 이웃 사랑이고, 이웃 사랑은 곧 하나님 사랑이다. 이 때문에 칼빈은 ‘하나님의 영광’을 많이 강조한다.

성화를 강조하는 칼빈 신학의 특징은 그의 저서에서도 잘 나타난다. 칼빈은 기독교 강요에서 ‘성화’를 ‘칭의’보다 앞서 (구원론 제일 서두에) 논의한다는 점이다. 칼빈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화해와 새로운 삶(성화)을 동시에 다루는 이유는 … 삶의 성화, 참된 거룩함이 의의 전가(칭의)와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 3.3.1). “칭의의 주제는 좀더 가볍게 다루어진다. 왜냐하면 믿음은 선행을 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편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 3:11:1).

3. 루터란 학자들과 개혁교회 학자들 간의 논쟁점

루터란 학자들과 칼빈을 위시한 개혁교회 학자들 사이에서는 칭의를 강조하는 루터와 성화를 강조하는 칼빈의 이러한 신학적 강조점의 차이로 인한 오랜 논쟁이 있어왔다. 루터란 학자들은 칼빈이 성화를 강조함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약화시키고, 인간의 책임성을 강조했다고 비판한다. 반면에 칼빈을 위시한 개혁교회 학자들은 루터가 칭의론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거룩한 삶을 살게 하는 성화, 즉 인간의 책임성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한다.

여기에 더해, 개혁교회 학자들은 루터가 오직 믿음만을 강조함으로써 기독교인의 선한 행실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루터란 학자들은 루터의 오직 믿음은 선한 행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의 중심성을 강조한다고 변론한다.

지금까지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4. 루터와 칼빈이 칭의와 성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이렇게 강조점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는 두 사람의 학문적 여정과 관계가 있다. 루터의 아버지는 가난한 농부 출신으로 루터가 법대에 진학해 법률가가 되기를 원했다. 그러나 1505년 7월 2일 고향집에서 에어푸르트로 돌아오는 길에 스토테른 하임(Stottemheim) 근처 마을에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우뢰를 만났다. 죽음과 두려움의 공포를 경험한 루터는 땅에 엎드려 “수도사가 되겠다”고 기도했다. 이후 루터는 사제서품을 받고, 신학을 계속 공부한 후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비텐베르크 대학에서 성서학을 가르치는 교수를 시작으로 30년 이상을 신학을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였다.

반면에 칼빈은 사회적 지위와 부를 가진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칼빈은 몬테그(Montaigue) 대학에서 철학을 4년간 전공하고 문학사 학위를 받았다. 칼빈의 아버지는 본래 칼빈이 신부가 되기를 원했지만, 마음이 바뀌어 칼빈이 법학을 전공하기를 원했다. 이후 칼빈은 아버지의 권유를 받아들여 오를레안(Orlean) 대학에서 법학을 배우게 되었다.

루터와 칼빈의 이러한 다른 신학적 배경은 칭의와 성화에 대한 둘의 이해에 있어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신학을 전공하고 사제 서품을 받아 신학교 교수로 재직했던 루터는 중세 후기 교회와 교황의 타락을 목격한다. 더구나 ‘하나님도 자신의 최선을 다한 인간에게 은혜를 주신다’는 중세 후기 스콜라 신학의 문제점을 발견한다. 그리고 바울과 어거스틴을 따라 구원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며 칭의에 더 강조점을 둔다. 반면 철학과 법학을 전공한 칼빈은 인간의 삶과 연관된 성화의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춘 것이다. 칼빈이 제네바를 신정도시로 만들려고 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신학적 배경에서 출발한다.

루터와 칼빈의 이러한 차이를 한국적 정서로 표현해 보면, 루터는 언제나 부모님을 만날 때마다 내가 죄인이고 불효자라고 눈물을 흘리는 반면, 칼빈은 지금껏 끼워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이제 보답하기 위해, 그 분을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5. 칭의와 성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무엇일까?

칭의와 성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루터와 칼빈 중 누가 신학적으로 맞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강조점을 어디 두느냐의 차이다. 칭의와 성화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칭의와 성화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루터가 강조하듯이 인간의 노력이나 선행이 아니라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만으로 인간은 의롭다 여김을 받을 수 있다. 성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칼빈이 지적하듯이, 성화 또한 칭의 못지 않게 기독교인의 삶에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성화 또한 인간의 노력이나 책임이 아니라 언제나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중세 스콜라 신학이 구원에 있어 선행, 행함을 강조하다가 타락했으니,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직 믿음으로만!’, ‘오직 은혜로만!’, ‘오직 성경 말씀으로만!’을 강조했다. 루터가 이렇게 말할 때는 아무 일도 안하고 믿기만 하면 구원 받는 다는 말이 아니다. 진실로 믿는 사람은, 진실된 믿음은 인간이 상상도 못하는 사랑과 선행이 우러나오도록 만든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이성과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는 것이다.

루터는 칭의 교리야 말로 교회가 서고 넘어지는 조항이라고 부를 만큼 중요하게 다루었다. 반면에 칼빈은 “믿음이 선행을 결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편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성화를 더 중요하게 다룬다. 루터와 칼빈의 이러한 신학적 강조점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논란이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칭의와 성화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려준다. 칭의와 성화에 대한 바른 이해야 말로 기독교 신앙의 핵심임을 잊지 말자.

◈ 필자인 정진오 목사는 루터 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 신학과에서 석사와 박사를 취득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Research Fellow와 예일 신학대학원 Visiting Scholar를 거쳐 현재 미국 시온루터교회 (LCMS) 한인부 담임목사로 재직중이다. 연락은 전화 618-920-9311 또는 jjeong@zionbelleville.org 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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