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장을 열기 위한 작은 시작, ‘미술치료’

전시·공연
오유진 기자

영국(가명·초4년·남)이는 심한 틱(TIC)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눈동자는 빙빙 돌아가고 머리와 팔 다리를 흔들어대는 증상을 보였다. 1년 전 정신과 의사로부터 ‘만성복합성 틱장애’라는 진단과 약 처방을 받았다.

그러나 부모는 정작 당사자인 영국이와는 상담도 하지 않은 의사의 처방에 신뢰가 가지 않았고, 때문에 투약도 하지 않은 채 마음 아파하던 중이었다. 증상은 더욱 악화되어 마치 다른 사람들이 보면 뇌성마비로 오해할 만큼 심한 상황까지 되었다. 그런데 미술치료를 시작한지 불과 2주 만에 놀랍게도 거의 모든 증상이 사라질 정도로 호전되어, 영국이는 전혀 다른 모습의 똘똘한 아이로 변해 있었다.

라파미술치료연구원의 김현숙 원장은 “영국이는 자녀에 대한 기대가 높은 부모의 양육태도에서 압박감을 받고 있었고, 또래 아이들보다 몸집이 작고 왜소해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다. 때문에 마음 속에 화가 많이 차 있음을 그림검사(말주머니 꾸미기)에서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국이는 그림검사에서 친구의 놀림과 폭력에 억눌리고 있는 자신을 표현했다.

미술치료과정은 가장 먼저 친밀감을 형성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갖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게 한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표현된 내용을 가지고 내담자와 대화하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움츠려 있는 속마음을 표현할 수 있게 함으로써, 내담자의 욕구와 감정과 생각을 공감하게 된다.

아이와 상담과 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부모와도 상담을 진행한다. 영국이의 부모에게는 “아이가 표현하면 무조건 수용하라, 귀를 열고 존중하는 반응을 보여라”라고 조언했다. 자신을 존중해주는 부모의 태도에 영국이는 빠르게 치료됐다. 김현숙 원장은 정서적인 압박 때문에 틱장애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살과 자해를 하는 사람의 내면을 보면 그 원인이 대부분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해 병으로 쌓인 것이다. 이것은 약물로만 해결할 일이 아니다. 인간은 나의 생각, 감정, 욕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와 소통해야 하는데,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해 감정 표현을 솔직하게 하지 못하고 울분(우울함과 분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는 “상대방에게 표현하면 거절당할까봐 불안해서 말을 못 하는 것”으로, 타인의 지나친 요구에도 ‘아니오’ 라고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고 침묵하는 것이 내재된 울분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대부분 (내담자)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공격성은 자신이 가진 분노가 해소되지 않아서, 그것을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해소하는 것”이라면서,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공격성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파악한 뒤 치유적 도움을 주어야 하며, 피해 학생에게도 치유적 도움을 주지 않으면 또 다른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또한 그는 욕구가 강하게 태어난 사람, 특히 예술적 끼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이를 억압받으면 더 많은 상처를 받고 문제를 일으킨다고 했다. 김 원장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만나 그림검사를 한 후 ‘잠재능력이 많구나’라고 말하면, 아이는 ‘억지로 위로하려 하지 마세요’라고 뒤틀린 마음을 표현한다. 그런 아이들은 실제로 호기심이 많아 산만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튀게 행동하는데, 부모나 교사가 부정적인 측면만 강하게 지적하다보니 충동성이 심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런 학생에게 ‘네 생각을 인정하고 존중한다. 하나님 앞에서 네가 얼마나 소중하고 유일한 존재인지 그 가치를 알아야 한다. 너의 감정에 충실하고 상대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친구들에게 속시원히 표현했고 통쾌함을 느꼈다고 했다. ‘주변 친구들도 다 이해해줬다’라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이 작품의 모티브를 얻은 작가는 프리다 칼로이다. 내담자는 그림을 그리면서 “화폭에 그린 밤은 페르소나로 살아왔던 숨가빴던 나의 모습을, 낮은 그동안 억눌러왔던 진정한 나의 모습을 대변한다”라고 했다.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고 숨기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김현숙 원장의 미술치료 원칙은 ‘자존감과 성취감’이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도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알게 된다.

김현숙 원장이 이토록 상처받아 마음을 굳게 걸어잠근 이들의 심리상태를 잘 알게 되고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림’ 덕분이다. “3~4살의 유아들은 난화(낙서같은 그림)를 그린다. 하지만 난화를 통해서도 아이의 내면 심리를 알 수 있다. 언어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사람을 상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술치료는 그림이라는 쉽고 간단한 매개체로 사람의 무의식에 접근해, 깊이 있는 대화로의 진전이 가능하게 한다. 속마음을 진단하는 것만이 아닌, 내면의 분노 표출이나 자아를 표현하는 작업 등을 통해 안정적인 치유상태로 접근한다.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하고, 성숙한 자아가 되게 하기 위한 성찰을 시작한다.

가령 점토를 내리치면서 분노를 발산하는 방법에서도 개성이 다양하다.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못난이’를 찢어진 입, 뿔, 변 등으로 빚어 집어던지게 하면, 자신의 분노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한다.

김 원장은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들을 향해 “긍정적인 감정에만 귀를 기울이고 부정적인 감정 표현을 금기시하며 ‘사내 녀석은 울면 안 돼’라는 식으로 억압하면, 아이가 울고 싶을 때 죄책감을 갖게 되고 몰래 울거나 참아낸다. 감정 규제는 아이로 하여금 숨 막히게 하고 자신의 모든 욕구가 강탈당했다고 느끼게 한다. 그런 아이는 부모에게 적대감을 갖고 사회를 불신하며 자기 비하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들의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우울증 치유 후 ‘위로자’로 거듭난 김현숙 원장

김현숙 원장은 미술교사로서 26년간 교직에 몸담고 있었다. 김 원장은 “40대 중반 무렵 무기력증과 우울증에 빠졌고, 허리 통증의 정도가 심해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병상에서 ‘하나님 저를 위로해 주세요’라고 기도하자 주님은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라고 말씀하셨고, 다음날에는 ‘위로받기보다 위로하는 자가 되라’는 말씀으로 응답하셨다”고 했다.

▲라파미술치료연구원 김현숙 원장. ⓒ박현우 기자

그가 30대 초반에 가슴에 품었던 기도가 바로 ‘위로받기보다 위로하는 자가 되게 해 달라’는 것이었고, 김 원장은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의 사명을 깨달았다. 그리고 위로하는 자가 되기 위하여 50세에 대학원에 진학,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미술치료사 자격을 취득한 뒤 미술치료연구원을 설립했다.

그는 그동안 ‘화해의 장이 되기 위한 작은 시작입니다’라는 신앙고백으로 시작한 라파미술치료연구원을 통하여 치유하시는 주님의 역사를 매일 간증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미술치료전문가 과정을 개설하여 복된 사역에 동역할 많은 제자(미술치료사)들을 양육하고 있다. 유초중고 교사 및 전문상담교사들의 미술치료 연수와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를 위한 대안교실 운영으로, 학교부적응 학생들에게 공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치료적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이 되었다.

출석 교회에서는 ‘좋은부모학교’와 ‘행복한 부부학교’ 사역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모들이 자녀들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가를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게 돕도록 교육하고, 예비 부부는 물론 중년 부부들의 상처를 치유해 건강한 가정을 세우고 있다.

김현숙 원장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갈등을 회복하고 하늘과 땅의 화해자 역할을 하길 원한다”며 치유선교사로서의 꾸준한 활동을 다짐했다.

문의) 라파미술치료연구원 02-2149-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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