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대통령 긴급조치 9호' 발령 자체는 불법 아니다"

▲대법원

 '대통령 긴급조치 9호'를 발령한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가 사후적으로 '위헌' 선언됐다고 하더라도, 당시 긴급조치권을 행사했던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이 아닌 민사상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6일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끌려가 20일 동안 불법 구금됐었던 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최씨에게 2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9호 발령 행위 자체는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긴급조치 9호가 사후적으로 위헌·무효 선언됐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서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국민 전체에 대한 관계에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의 권리에 대응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므로 대통령의 이러한 권력행사가 국민 개개인에 대해 민사상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이 수사권이 없음에도 최씨를 체포·구금한 것은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도 "최씨가 체포·구금 이후 소송을 내기까지 30년 이상이 지난 점 등을 고려하면 최씨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 체포·구금에 대해서는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최씨가 너무 늦게 소송을 제기해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됐기 때문에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씨는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1978년 6월 자신의 하숙집에 찾아 온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들에 의해 당시 남산 중앙정보부 건물로 끌려가 약 20일 동안 '친구에게 유신 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의 편지를 보낸 이유' 등에 대해 조사를 받으며 불법 구금됐었다. 이에 최씨는 2011년 4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최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지만, 2심은 "당시 대통령은 긴급조치 9호의 내용이 헌법에 명백히 위반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령한 고의 내지 과실이 인정되고, 중앙정보부 소속 공무원들에게도 고의 내지 과실이 인정된다"면서 "국가는 최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므로 2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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