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TV, 이라크서 핍박 받는 기독교인들에 '연대감' 표시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IS의 박해 비판하며 교인 의미하는 'N' 字 게시
레바논 TV 채널 LBCI의 앵커 디마 사데크가 아랍어로 기독교인을 의미하는 첫 글자가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방송에 임하고 있다.   ©LBCI 방송화면 캡처

레바논의 한 TV 방송국이 이라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박해 아래 놓인 기독교인들에 대한 연대감을 표시하기 위해 프로그램 방송 시에 아랍어 문자로 'N'에 해당하는 글자를 게시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앞서 외신들이 이라크 모술을 점령한 이슬람국가(IS)가 기독교인들을 차별하기 위해 모든 기독교인들의 집 앞에 'N'(아랍어로 'Noon'으로 발음되며, 'Nasrani' 또는 'Nazarene'의 앞 글자로서 기독교인을 가리킴)을 새겨넣은 것으로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레바논 TV 채널인 LBCI의 앵커 디마 사데크는 지난 주 아랍어로 'N'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방송에 임했다. 그는 자신의 뉴스 보도를 시작하기 전에 "모술과 베이루트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눈(Noon)'이다"며, "우리는 다르다는 이유로 손가락질 당하고 칼끝으로 겨냥당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광란으로 치닫고 있는 이 지역에서 살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어린이들이 해변에서 살해되고 교회가 폐쇄되고 모스크가 수탈당하고 선지자들의 사원이 파괴되고 있다"고 IS를 비롯한 극단주의 단체들의 행태를 규탄했다. LBCI의 이러한 운동에 시청자들 역시 지지를 표하면서 IS를 규탄하고 이들의 박해 아래 있는 교인들에 대한 연대감을 표시하기 위한 'N'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N' 자를 통해 이라크 기독교 공동체를 지지하는 운동은 앞서 이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 먼저 시작됐다. 많은 SNS 유저들은 자신들의 프로필 이미지를 N 자가 포함된 이미지로 바꾸거나, 트위터에서 '우리도 N'이라는 의미의 해시태그 #WeAreN을 공유하면서 고난 속에 있는 교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있다. 이러한 운동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라크 현지 기독교인은 크리스천포스트를 통해 감사를 표하며, "세계인들이 우리를 지지해 주고 있다는 것이 매우 힘이 된다. 우리는 기독교인인 것이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영원히 기독교인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IS가 기독교인들을 차별하고자 '나자렌(Nazarene)'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데 대해서 미국 복음주의 지도자인 러셀 D. 무어 박사(남침례교 윤리와종교자유위원장)는 "이는 기독교인에 대한 모독"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우리 모두에게 일깨워 주는 바가 있다"며, 그것은 "시간과 공간과 언어와 국적의 장벽을 모두 뛰어넘어 우리 모두가 '나자렌'이며, 기독교인이라는 점이라는 것이다"며 박해 받는 교인들과 세계 교인들이 함께 할 것임을 밝혔다.

무어 박사는 또한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교인들이 공격당하고 옥에 갇히고 십자가에 못 박히더라도 교회의 머리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나올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질문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확명해야 한다. 그것은 '와서 보라'이다"고도 전했다.

IS는 지난 6월 모술을 점령한 이래로 이 지역 기독교인들에게 이슬람으로의 개종과 인두세 납부를 강제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는 교인들에게는 보복하겠다는 위협을 가해 왔다. 2003년 이라크전 이후로 6만여 명에서 3만여 명으로 감소한 모술 기독교 인구는 IS의 도시 점거 이후 교인들의 피난이 이어지면서 천 단위 규모로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지 교계와 세계 교계는 2천 년 넘도록 기독교 전통이 이어져 온 모술에서 머지않아 기독교 공동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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