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 이-팔 편가르기 아닌 화해 조장해야"

선교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현지 사역 전문가, 교인들에게 '평화의 다리' 역할 요청
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사진을 들고 평화를 촉구하는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지켜보는 기독교인들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보다는 화해와 평화를 조성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사역해 온 한 전문가가 견해를 밝혔다.

무살라하화해사역협회(Musalaha Ministry of Reconciliation)의 창립자 살림 J. 무나예르 박사는 30일(현지시각) "전 세계의 기독교인들은 우리 신앙의 중심되시는 예수님의 본을 따라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화해를 도와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나님과 화평하고, 형제들 간에 화목해야 할 사명을 맡기셨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분쟁을 두고 많은 이들은 목소리를 내어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의 가르침 대로 양쪽을 이어 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주가 넘도록 지속되어 온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간의 교전으로 희생자 수는 1,110명이 육박했지만, 휴전의 가능성은 아직도 희박한 상태로 남아 있다. 하마스의 휴전 협상 거부에 따라 이스라엘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공습을 재개했으며 하마스도 로켓 공격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가 분쟁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는 가운데 민간인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8일(이하 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서 "이 위기 사태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하마스가 먼저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 국민과 어린이들을 죽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어진 지하 터널을 파괴하기 전에는 작전을 멈추지 않겠다"고도 전했다.

하마스측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로 인해서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고통이 심화되어 왔다"며, "가자 지구에 대한 봉쇄 정책을 중단하지 않으면 어떤 평화적 협상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양측이 이처럼 팽팽하게 맞서 교전 중단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는 이스라엘 또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이스라엘 지지자들은 하마스가 평화적 협상을 거부하고 이슬람 국가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 민간인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공습을 강행하면서 민간인들을 대량 학살하고 있는 데 맞서고 있다.

무살라하화해사역협회는 1990년대에 창립된 NGO로,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각자의 배경과 정체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용서를 추구함으로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회복한다"는 비전 아래 평화를 위한 사역을 펼쳐 왔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인 무나예르 박사는 옥스포드대학교 선교연구센터에서 연구해 왔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 종식과 화해에 관련된 저서를 다수 펴냈다.

무나예르 박사는 이-팔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막는 요소는 물리적, 사상적, 정서적, 심리적으로 다양하게 분석될 수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오랜 갈등으로 인해서 "굳어진 마음"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그는 "결국 마지막에는 우리의 마음의 서로를 향해 냉정해지고 굳어져버렸다는 사실이 가장 큰 장애물이 될 것이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마음 속에 너무나 큰 증오와 적개심이 존재한다. 이러한 감정들이 사람들을 극단화시키고 서로에게서 멀어지게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무나예르 박사는 1989년부터 2008년까지 팔레스타인 내 베틀레헴성경대학의 학장으로 섬겨 왔으며, 현재도 이 대학의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 지역의 평화를 이룩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들이 있지만, 부족한 것은 바로 평화에 대한 의지"라고 밝혔다. 그는 "완벽한 평화를 이루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폭력적인 방향으로부터 돌이키는 것은 가능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기 위한 절차를 밟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의 지도자들도 이러한 일들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국민들 역시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무살라하화해사역협회는 팔레스타인 내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 사역과 여성과 청년 지도자 육성 사역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사역들이 목표하는 것은 이들의 마음과 시각을 바꿈으로써 분쟁과 갈등을 끝내는 것이다.

협회는 또한 팔레스타인의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인 사회를 연결하는 사역도 펼치고 있다. 무나예르 박사는 "우리는 이 세 종교가 동일한 뿌리를 갖고 있으며, 도덕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역은 일부 종교인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많은 지지 속에 이뤄지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한편, 무나예르 박사와 같이 이 지역의 기독교인 지도자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를 위해서는 서로를 향한 비난을 멈추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팔레스타인 지역복음주의교회협의회(CLEC)의 무니르 카키쉬 회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지속된다면, 이 지역에는 결코 평화가 정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서로를 향한 비난을 멈추기 전까지는 평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복음연맹(EAI)의 찰스 코프 회장도 이스라엘 정부 지도자들에게 "우리의 시민권은 위로부터 온 것임을 기억해야 하고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 성경 내용을 선택적으로 믿고 내세워서는 안된다"고도 당부하고, "우리는 죽음과 파괴로 가득 찬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형제애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 우리의 정체성을 세상에 보여 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교인들에게 "우리가 서로에 대한 비난전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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