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코하람 납치 여학생 부모 11명, 충격과 슬픔으로 사망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자녀 무사귀환 애타게 기다리다 숨져... 일부는 테러로 목숨 잃어
나이지리아 여성들이 납치 여학생 구출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AP/뉴시스.

나이지리아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보코하람에 납치된 여학생들의 부모들이 자녀들의 무사귀환이 점차 불확실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충격과 슬픔을 견디지 못해 사망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납치된 여학생들 중 200여 명 가량이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가운데, 이들을 애타게 기다리던 부모 11명이 숨을 거뒀다고 23일(현지시간) AP가 보도했다.

보코하람은 지난 4월 15일 치복 시의 여자중등학교 기숙사를 공격해 잠을 자고 있던 여학생 250여 명을 강제로 끌고 갔으며, 인근 지역에서 추가로 납치를 벌여 총 300여 명의 소녀들을 유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53명의 소녀들만이 탈출에 성공했다.

치복 시 당국자인 포구 비트루스는 AP에 "납치된 소녀들의 부모들 중 한 아버지가 최근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됐고, 마지막으로 눈을 감을 때까지 딸의 이름을 불렀다"고 전했다. 비트루스는 이 아버지를 포함해 총 4명의 부모가 자녀들의 납치로 인한 트라우마가 심화되어 사망했다고 밝혔다.

납치 사건이 발생한 치복 시는 보코하람이 자주 공격을 자행하는 지역으로, 나머지 7명의 부모는 최근 보코하람의 테러로 인해 사망했다. 이 테러로는 총 51명의 주민이 숨졌다.

치복 시에는 많은 기독교인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납치된 소녀들 대부분도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현지 기독교계는 보코하람이 이전부터 기독교인 여성들을 납치해 무슬림 남성과 결혼시켜서 강제로 개종하게 만들거나, 성노예로 팔아 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코하람 지도자인 아부바카르 셰카우는 지난 4월 소녀들을 납치한 뒤 이들을 결혼시키거나 "시장에 내다 팔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셰카우는 AFP가 입수해 공개한 비디오 영상에서 "소녀들을 납치한 것은 알라의 뜻이었다"며 "알라께서는 이제 소녀들을 팔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서구식 교육 기관에서 소녀들을 납치했다. 서구식 교육은 없어져야 한다. 여자들은 결혼을 해야 한다. 나는 12살짜리, 9살짜리 소녀들을 결혼시킬 것이다. 이들을 시장에 내다 팔 것이다"고 위협했다.

보코하람의 이 같은 범죄는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고 미국, 호주, 유럽 등지에서 보코하람의 행위를 규탄하고 소녀들의 구출을 위한 나이지리아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시위가 일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사건 해결에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코하람은 미국과 유럽연합 정부가 지목한 해외 테러리스트 조직으로, 극단주의 이슬람 성직자인 모함마드 유수프에 의해 10여 년 전 처음 시작되었다. 나이지리아 이슬람법 샤리아로 통치하는 정부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서구식 교육을 나이지리아의 도덕적 타락의 근원으로 본다. 2009년 이래로 조직을 확장하면서 나이지리아 내 비무슬림과 정부, 서구 기관에 대한 테러를 벌여 수천 명 규모의 희생자를 낳았다. 소말리아의 알 샤바브(al-Shabaab)와 아랍권 최대 테러 조직인 알 카에다(al-Qaida)와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나이지리아 정부는 지난 5월에 납치된 소녀들의 소재를 파악했다고 발표했으나, 구출 과정에서 전투가 발생할 경우 더 큰 인명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구조 작전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서 극렬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제까지 탈출에 성공한 여학생들의 수는 60여 명에 불구하고, 이들은 현재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다. 탈출한 소녀 중 한 명인 19세의 새라 라완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총에 쏘일까봐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며, "다른 친구들이 달아날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슬프다. 나는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나를 보고 울 때마다 함께 운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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