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기독교 지도자들, "서로에 대한 비난 멈추자"

중동·아프리카
손현정 기자
hjsohn@cdaily.co.kr
예수 그리스도의 용서와 사랑 회복할 것 촉구
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21일(현지시간) 가지시티에서 알-아라크 일가족 5명의 장례식 중 한 묘지에서 잠시 멈춰 슬퍼하고 있다. 이 가족은 지난 20일 자택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 ⓒAP/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현재의 분쟁을 멈추어 줄 것을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에 촉구했다. 이들은 현지의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증언하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러한 분쟁의 원인을 두고 더 이상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누어서는 안된다고도 당부했다.

팔레스타인 지역복음주의교회협의회(CLEC)의 무니르 카키쉬 회장은 크리스천포스트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팔레스타인과 가자 지구, 그리고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도 기독교인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예수님 시대 이래로 이들 지역에서는 아랍계 기독교인들이 살아 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국제사회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2주째 서로에 대한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의 가자 지구 폭격으로 현재까지 5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민간인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지구의 육상 공격을 명령하고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직접적 위협'인 테러리스트들의 통로를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러한 공격은 하마스가 지난 이집트의 휴전 제안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키쉬 회장은 "하마스 역시 휴전을 원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는 지난 7년 동안 계속되어 온 이스라엘 정부의 가자 지구 봉쇄를 끝낼 수 있기를 원한다"며, "이를 이룰 수 있는 의미 있는 휴전을 바라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가자 지구 봉쇄는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앗아갔을 뿐 아니라, 보건과 교육 등의 부재로 인한 삶의 질 전체가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 왔으며, 경제적인 위기를 불러 왔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카키쉬 회장은 하마스측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을 멈추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스라엘은 로켓 공격으로부터 국민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카키쉬 회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지속된다면, 이 지역에는 결코 평화가 정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양측이 서로를 향한 비난을 멈추기 전까지는 평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도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워싱턴DC와 파리, 런던 등 전 세계 주요 도시들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습에 항의하는 시위들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러한 분쟁이 원인은 하마스가 제공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슬픔을 느낀다. 하마스는 고의로 민간인이 공격의 피해를 입도록 공습 지역으로 몰아 넣었으며, 자신들은 그 뒤에 숨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로켓을 숨기고 이스라엘의 민간인 지역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현 상황의 종식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이스라엘복음연맹(EAI)의 찰스 코프 회장은 "서로에 대한 비난전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기도해 달라"며, "우리 모두는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 받은 죄인들이며 예수님의 인도하심이 없이는 비방과 공격이라는 똑같은 악의 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코프 회장은 또한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우리의 시민권은 위로부터 온 것임을 기억해야 하고 우리의 목적을 위해서 성경 내용을 선택적으로 믿고 내세워서는 안된다"고도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죽음과 파괴로 가득 찬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형제애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 우리의 정체성을 세상에 보여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복음연맹(WEA)의 중동 지역 대사 해리 티스 목사는 "중동의 복음주의 교인들은 지속되는 폭력으로 인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신자들로서 우리 모두는 하나님께서 이 땅에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소망하고 있다. 세계 교회가 우리와 함께 기도와 금식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티스 목사는 "우리는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어 왔다. 이것이 우리가 회개해야 할 것들이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용서의 본을 보이셨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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