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예화] 평행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장애인을 섬기기 위해 공동체를 만들었다. 예수께서 낮은 자를 위해 오셨다고 그는 늘 주장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는 것이 복음적인 삶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서 대학 때 달동네에 공부방을 만들어 어려운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곳에서 함께 봉사하는 자매를 만났다. 서로 교제하며 결혼을 약속했지만 부모의 반대가 심했다.

"자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살겠습니다."

"자네 생활은 누가 책임지고?"

"예수님 말씀에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러면 이 모든 것을 더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제가 장애인들을 돌보며 살다 보면 먹고 사는 것이야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나는 내 딸 자네에게 줄 수 없네. 직업을 가지고서도 다른 방법으로 얼마든지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 수 있지 않는가?"

"목사님, 목사님도 돈 버는 직업은 아니지 않아요. 주님만 위해 살겠다고 목회 길에 들어섰을 것이 아닙니까? 그래도 잘 살고 있지 않아요. 저도 얼마든지 장애인 공동체를 만들어 섬김으로 보람있게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결혼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하희 자매 눈에 눈물 흘리지 않게 하겠습니다."

"자네의 그 마음은 좋네만 내 딸 그런 일 시키려고 대학원까지 공부시킨 것은 아니네. 딸아이의 말을 듣고 그동안 많이 기도했지만 난 하희가 자네와 결혼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하네. 난 이제까지 자네와 같은 사위를 달라고 한 번도 기도하지 않았네. 단념하게."

"아버님, 그래도 우린 결혼할 것입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우리 결혼을 허락하신 줄 믿습니다."

"자네 생각해 보게. 신앙도 중요하지만 상식에 맞아야 할 것이 아닌가? 나이만 생각해 보게 내 딸이 자네보다 세 살이나 위야. 뭐가 자네와 하희가 맞는 것이 있는가?"

"서로 비전이 같고 사랑하면 되지 않습니까?"

"한 때 감정은 현실에 직면하면 변하는 것일세. 순간적인 감정을 사랑으로 오해하면 안 되네, 어쩌든 난 반대네." 결국 그는 결혼 허락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그들은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 하희가 집을 나와 그와 함께 기도원에 들어갔다. 부모가 결혼을 허락하기까지 금식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15일 만에 부모의 허락을 받고 그들은 결혼을 하였다. 결혼하여 자폐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장애인 공동체를 만들었다. 봉사활동이 아니라 생활 자체가 장애인과 함께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눈맞춤도 못하며, 불러도 반응이 없이 혼자 중얼거리고, 고집을 피우는 아이들를 돌보는 것은 젊은 사람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적절하게 깔깔대고, 이유없이 심하게 울고, 이상한 놀이에 집착하는 아이들을 돌보며 하루를 보내면 온몸에 진이 다 빠지는 것같았다.

그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장애인들과 함께 살기를 원했지만 딸아이가 생겼다. 이름을 진영이라고 지었다. 하희는 자신의 딸이 생기니 마음이 달라졌다. 손은 안으로 굽는다. 딸아이에게 애착이 갔다. 자라면서 장애인 흉내를 내는 딸아이가 싫었다. 정상적으로 자라주기를 바랬다. 그렇다고 자원 봉사자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신만의 집에서 자신의 딸만 양육할 형편은 아니었다. 선 마케팅을 잘하여 언론에 알려진 장애인 공동체는 봉사자도 많고 후원금도 많이 들어왔다. 그런 사람들은 장애인들과 구별된 자신의 삶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섬기는 장애인 공동체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른 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장애인을 이용하여 선 마케팅을 하고, 자신들의 명예를 얻으려고 하는 것을 죄로 생각했다. 선한 사업도 경영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적당히 사회적인 명성도 사업의 성장도 따라 오지만, 경영 능력이 없으면 선한 사업도 쉽지 않다. 장애인들과 함께 먹고 자는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 보다 효율적으로 장애인들을 섬기기 위해 장애인 교회를 개척하였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시설의 불편함으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나가는 교회를 꺼렸다. 지체장애, 뇌성마비, 시각장애, 정신지체 장애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진영이는 대학생이 되어 부모를 본받아 그들을 돌보았다. 자신들의 마음을 이해해 주고 진실한 마음으로 그들을 섬기는 딸이 자랑스러웠다.

"엄마, 나 장애인과 결혼하면 안 돼."

"뭐, 꼭 안 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러나 결혼은 서로 어울려야 해. 결혼은 구제가 아니야. 평생 살아야 하는 것인데. 가능하면 비슷한 사람끼리 결혼하는 것이 좋아."

"내가 보기에는 엄마도 어울리지 않는 결혼한 것 같은데, 후회해."

"아니 그런 의미는 아니고, 엄만 네가 좀 더 남들 보기에도 행복한 결혼을 하기 원해."

"그런데 엄마, 나 우리 교회에 나오는 바울이랑 결혼하면 허락하겠어."

진영이는 5년째 바울이를 위해 자원봉사했다.

"뭐, 바울이랑, 그 애하고 네가 어떻게 어울려, 그 앤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고, 손도 하나이고, 말도 제대로 못하잖아. 네 아빠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

"엄마도 소아마비 장애인하고 결혼했으면서, 뭐가 어때"

"네 아빠에게 물어보라."

진영이와 바울이 왔다.

"목사님, 결혼을 허락해 주세요. 목사님이 말씀했잖아요. 장애인도 똑같이 하나님의 자녀라고요. 저도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결혼시켜 주세요."

"하나님의 아들과 결혼을 꿰맞추려고 하면 안 되지." ..... 그는 40일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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