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 교회가 희망돼야

교회일반
사건·사고
박대웅 기자
dwpark@cdaily.co.kr
온 국민 심리적 재난 상황 … 위로 사역 절실해
진도 세월호 침몰사고 여섯째인 21일 오후 대구시 중구 대구백화점앞에서 한국교회연합 대구경북회원들이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바라며 촛불과 기원문을 들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엿새가 지났지만 기도했던 생환 아닌 싸늘하게 식어버린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만이 들려오고 있다. 끝까지 희망을 끊을 놓지 않은 채 전국적으로 간절한 기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간이 오래 될수록 지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생존자를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리는 가족뿐 아니라 온 국민이 심리적 우울증 상태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대리외상 증후군(Vicarious Trauma)'이라고 진단했다. 사고를 직접 겪지 않아도 방송을 통해 사고 장면을 목격하고, 비탄에 빠진 피해자의 가족을 지켜보면서 자신과 연관된 듯한 심리적 외상을 겪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2001년 9ㆍ11테러 사건을 목격한 맨해튼 거주자들이 집단 공황 상태를 경험하기도 했다.

이러한 심리상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참사를 접한 충격과 안타까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이 합쳐져 죄책감에 시달리거나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상태가 반영된 글들이 SNS상에 퍼지면서 전 국민이 트라우마에 전염되고 있는 것이다. 안산지역 부활절연합예배에서 말씀을 전한 고훈 목사(안산제일교회)도 이 같은 심적 상태에 자신이 처해 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고 목사는 "70여 평생을 살아오며 이렇게 무능하고 부끄럽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적이 없었다"며 "곁에서 해결해 줄 수도 없고 울어서 이 문제 해결된다면 왜 울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물속에 갇힌 아이들 생각으로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잠을 자도 잘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 목사는 이내 힘을 내며 "세상은 죽음이 죽음이어서 울 수밖에 없지만, 주님 앞에서 죽음은 다시 새로운 시작"이라고 선포했다. 고 목사는 또 "생존자는 살아 돌아오게 하시고, 잠자는 자는 부활로 돌아오게 하소서"하고 기도했다. 안산지역뿐 아니라 절망을 이긴 희망 메시지를 전국교회 곳곳에서 전해졌다.

한 심리치료 전문가는 "많은 국민들이 느끼는 심리 상태는 급성 스트레스 장애로 이 같은 증상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또 한국교회가 생존자와 유족들은 물론 주변에 이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처한 이들도 돌보고 위로하는데 힘써 주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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