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문제는 시대 징조를 읽지 못하는 영적 문맹에 있다"

강남포럼 은준관 박사 강연
은준관 박사   ©실천신대

한국교회의 노학자 은준관 박사(실천신대 명예총장)이 "오늘의 한국교회, 그 정체성은 무엇입니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전하면서 한국교회를 걱정하고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8일(토) 오전 감람교회(담임 이기우)에서 열린 '강남포럼'에서 강연한 은준관 박사는 먼저 릴리 케이스라는 학자의 말을 인용해 세계교회의 흐름을 '소멸하고 있는 단계'와 '세속화의 단계' '뜨고 있는 단계'로 구별했다.

소멸 단계에 있는 교회는 구라파의 교회로, 현재 "기독교의 뿌리조차 없어졌기에 재생할 길도 없다"고 했다. 세속화 단계에 있는 교회는 하나님이 없는, 하나님의 이름은 있지만 하나님이 없는 왕국화 되면서 신앙의 역동성을 잃어버린 교회를 말한다. 현재 영국과 독일, 프랑스의 교회가 그러하다.

은준관 박사는 소위 '뜨고 있는' 교회로는 케냐와 남아프리카, 중국의 교회를 들었다. 그러나 은 박사는 "한국이 제외됐다"고 지적하고, "(뜨고 있는) 제3교회로 갈 뻔 했는데, (세속화의) 제2교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놀랍게도 구라파가 걸어왔던 멸망의 길로, 기독교 왕국화가 되어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은 박사는 최근 사랑의교회 서초 새성전을 봤다고 한다. "미국의 수정교회를 방불케 하는 대단한 교회"라고 표현한 그는 무너져가는 미국의 교회들을 연급하고, "선교 없는 교회는 죽는다"고 했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순수한 신앙에서 출발해서 역사 변혁으로 가는 의식이 없는 기독교 왕국은 죽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 왕국 혹은 거대한 조직이라 해도 끊임없이 신앙으로 자신을 치고, 그 바탕으로 세계를 변화시키는 치유하는 힘으로 전환이 일어나면 살아날 수 있다"면서 "한국이 이 기로에 서 있다"고 했다. 이어 "목회자들의 탐욕 때문에 교회성장주의, 목사성공주의 등 이런 것들이 교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며 "목회자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교육학자인 은준관 박사는 "어른도 중요하지만 어린이와 처소년 사역이 빨리 전환이 일어나지 못한다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의 교회학교가 영원할 줄 알았다"고 했지만, "현재 미국교회 가 보면 노인들 밖에 없다"고 했다.

은 박사는 "한국교회가 시대의 징조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교회성장신드롬에 빠져 언젠가 성장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환상에 젖어 시대의 징조를 보지 못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하늘의 거룩성을 담아내는 징조를 잃어버렸다"면서 "그래서 세속화가 되어가고 있다"고 진단하고,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은 세대에게 종교적 프로그램을, 그들이 제일 싫어하는 종교 이야기만 하고 있다"면서 "교회가 아무리 부흥해도, 마지막 힘은 역사를 바꾸는 치유로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가 현재 끊어진 관계가 바로 이것이라는 말이다. 예배당 안에 묶여 세상이 비웃고 있다는 사실. 사회사업을 48% 하지만, 신뢰도는 19.2%로 줄어든 이 현실, 은준관 박사는 "사회사업해서 갔더니 마지막에는 예수를 믿으라고 하는데, 싫어하지 않겠느냐"면서 "사회사업으로 끝내고, 그 다음엔 하나님이 역사하셔야 한다"고 했다.

은준관 박사는 "한국과 미국 교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시대 코드를 읽지 못하는 영적인 문맹"이라고 지적하고, "신자 하나하나를 '우리 교회 교인'으로 만들었을지는 몰라도,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우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은 박사는 미국 동방정교회에 큰 영향을 준 러시아 출신 예배학자인 알렉산더 슈메만을 인용해 "한국교회가 예배로 시작해서 예배로 끝나는데, 파편화된 신앙이다"라고 지적하고, "주일신학을 근본으로 하는 예배 회복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바탕 위에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공동체가 모두 참여하는 성서연구'를 주장했다. 예배 못지않게 성경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교회의 큰 문제는 항상 모든 것이 설교 중심인데, 가르치는 것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국교회가 120년 동안 매일 듣기만 했지, 자신이 (말씀과) 씨름해 보고 해석해 보고 성장해야 했는데 그것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성예전적 교제'를 주장했다. 구역과 셀, 속회가 교회 성장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하나님을 체험하고 이웃과 아픔을 나누는, 그런 코이노니아(Koinonia)를 경험하는 '교회 안의 작은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로 은 박사가 이야기 한 것은 '하나님의 증언으로서의 일터와 삶'이다. 교회 신자는 하나하나가 자신의 가정과 일터에서 증언자, 곧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은준관 박사는 '오늘날 살아남는 교회'로 ▶코어멤버(핵심멤버)가 있는 교회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교회 ▶초라해도 거룩을 담아내는 교회 등을 이야기 하고, "시대의 징조를 읽는 교회, 신자를 교인 만들지 말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키우는 교회, 색깔 있는 공동체 교회를 만들라"고 당부했다.

한편 강남포럼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회자들이 친목을 위해 시작한 모임으로, 지난 1월 25일부터 격주로 "원로에게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포럼을 진행해 오고 있다. 첫 강사로는 김상복 목사(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가 수고했으며, 김경동 명예교수(서울대 사회학과), 전가화 목사(전 믿음의집교회) 등이 강사로 나섰던 바 있다. 오는 3월 22일에는 손봉호 박사(고신대 석좌교수)가 강연한다.

#강남포럼 #은준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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