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자살만 ‘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하나”

신원하 교수, 개혁신학회 학술대회서 지적

 

▲신원하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자살은 죄일까. 아니, 자살한 자는 구원받을 수 있는가. 다소 민감한 이 질문에 한 신학자가 답했다. 6일 오후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에서 열린 개혁신학회(회장 김근수 박사) 가을 학술대회를 통해서다.

신원하 교수(고려신학대학원)는 ‘용서받지 못할 죄? 자살과 구원의 관계에 대한 개혁신학적 분석과 목회윤리적 성찰’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모세는 직접적으로 사람을 쳐 죽였고, 다윗은 살인을 교사해서 간접적으로 살인했다. 물론 그들은 그 행위에 상당한 값을 치렀지만 결국 용서를 받았다”며 “유독 자기 살인이라 불리는 자살만 결단코 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묻는 것으로 자살의 신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신 교수는 “자살은 기독교 역사를 통해 가장 혐오스러운 죄로 취급됐다”며 “(그런데) 자살한 이들은 구원받지 못한다는 통설은 어디서 기원했는가. 이것의 성경적 근거는 있는가. 한국교회 어느 교단이 이런 교리나 이에 관한 신학적 입장 및 지침서를 만든 적이 있는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이 통설은 오랫동안 교회를 지배해 왔다”고 말했다.

자살에 대한 통설은 로마 가톨릭에서 기원

그러면서 그는 “자살이 구원받지 못할 죄라는 통설은 중세 교회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제정한 교회법과 교리에 크게 기원하고 있다”며 “로마 가톨릭은 그 성격과 심각성에 따라 죄를 대죄와 소죄로 구분해 이해했는데,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살을 대죄로 분류했다. 이것이 통설을 강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신 교수는 “(로마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대죄로 취급된 자살은 마땅히 고해성사를 통한 화목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결국 영원한 죽음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현실적으로 자살한 자는 고해성사를 할 수 없고, 따라서 자살은 구원받지 못하는 죄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오늘날 자살에 관한 통설은 이런 로마 교회의 자살 이해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회개해야 구원받는다면 공로사상으로 흐를 위험

“(그러나) 회개하지 못한 죄이기에 용서받지 못한다는 생각은 신학적으로 타당한가”라고 반문한 신 교수는 “개신교회는 회개가 구원에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구원의 필수조건이 된다고 가르치지는 않는다”며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주권에 속한 것이다. 중대한 죄를 짓고 비록 회개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가 하나님이 택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라면 그 받은 바 아들됨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는다. 만약 지은 모든 죄에 대해 회개해야만 용서받고 구원을 얻는다면, 이는 자칫 행위구원과 공로사상으로 미끄러질 위험을 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또 “그러면 자살이 성령에 대항하는 죄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성경에 ‘성령을 훼방한 죄’(마12:31, 막3:28~29, 눅12:10)만이 유일하게 사함을 받지 못한다고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자살이 사함을 받지 못하는 죄라면 이는 곧 자살이 성령을 훼방한 죄라는 것과 같은 뜻이라는 게 신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삶의 어느 순간, 약함 때문에, 앞을 볼 수 없는 절망의 구름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성령을 훼방한 죄로 간주할 수 있는가”라며 “그렇게 말하기엔 그 어떤 신학적 근거도 찾을 수 없다. 성령을 훼방한 죄의 핵심은 성령의 내적 조명을 받아 알고 있음에도 계속적으로 일관되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대항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사회에서 발생하는 자살은 이와 같은 죄와 거리가 있다”고 역설했다.

▲개혁신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가 개회예배 설교를 전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자살이 하나님의 선택 작정을 바꿀 수 없다

신 교수는 개혁교회 교리 가운데 하나인 ‘성도의 견인’에 비춰봐도 자살은 결코 구원받지 못할 죄가 아님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성도의 견인’ 교리는 참된 신자는 전적으로, 종국적으로 은혜로부터 떨어져 나갈 수 없고, 끝까지 견딘다, 그리고 이는 인간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가르치는 교리”라며 “이 교리로 자살을 들여다 볼 때, 자살이라는 그 행위 자체는 구원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없다. ‘성도의 견인’의 핵심은 택자에 대한 하나님의 구원작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간이 비록 자유의지적으로 자살을 택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하나님이 성도를 견인하는 것에 그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며 “왜냐하면 자살이 하나님의 사랑에서 나오는 은혜로운 선택의 작정을 변경할 수 없고, 또 그리스도의 공로와 중보의 효력을 무효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 교수는 “선택된 자라 하더라도 극단적으로 약하게 될 때 극단적인 죄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는 것이 그가 선택받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말할 수 없다”며 “자살도 육체의 약함과 사탄의 유혹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잘못들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교회는 자살한 자의 유족들에게 더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통설을 바로 잡고 그것이 근거가 없음을 교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혁신학회 가을 학술대회는 ‘생명, 환경, 그리고 구원’이라는 주제로 열렸고 개회예배에선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가 설교했다. 논문발표회에는 신 교수를 비롯해 송영목 교수(고신대), 최재호 교수(대신대), 김동춘 교수(국제신대), 김진규 교수(백석대), 신국원 교수(총신대), 이희성 교수(총신대) 등이 발표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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