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학적 분석 방법으로 이어령 교수가 본 탕자의 비유

목회·신학
박종배 기자
“바리새인 같은 신앙으론 구제 받지 못해”

 

▲초대 문화부 장관 이어령 박사.

29일 저녁 8시 서울 양화진선교기념관 2층 강당. 2백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매월 마지막 목요일에 열리는 이어령 교수(이화여대 석좌교수)와 이재철 목사(백주년기념교회 담임)의 대담을 듣기 위해 강당을 가득 메웠다. 지난해 '지성과 영성의 만남'을 주제로 8차례 대담을 가진 이후 올해는 처음이다.

이날의 주제는 '문화로 성경읽기 - 예수와 비유'. 자의적이고 난해하게 해석될 수 있는 성경의 비유들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대담은 이재철 목사가 질문하고 이어령 교수가 답변하는 형식으로 2시간 30분 동안 이뤄졌다. 이 교수는 누가복음에 나오는 탕자의 비유를 기호학적 분석 방법으로 접근하여 분석, 설명했다. 청중들은 이 교수의 말을 놓칠세라 그에게서 한 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이재철 목사는 이어령 교수에게 기호학, 성경의 비유와 우화의 차이점, 2천년전의 성경이 오늘날에도 영향을 끼치는 이유 등을 질문했다. 이 교수는 이 질문들에 대해 차분히 답변하면서 탕자의 비유를 기호학적 분석 방식을 통해 설명해 나갔다. 그는 당시 상황으로만 성경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호체계로서 성경을 분석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다면 혼란이 가중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탕자의 비유에 나오는 바리새인들에 대해 설명하면서 "내 자신이 바리새인이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바리새인들은 분리하는 사람들인데, 우리에게 사랑이 없으면 지위나 경력이 높아질수록 사람을 분리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석사 나온 사람은 학사하고 말이 안 통한다하고 박사들은 석사들과 이야기 안 된다고 한다. 또 연봉 높은 사람은 연봉 낮은 사람하고는 수준이 안 맞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바리새인처럼 율법을 지키고, 주일마다 교회 열심히 나가기만 한다고 해서 구제되는 것이 아니다. 술집을 드나드는 망가진 삶을 살더라도 하나님께 마음이 향해있다면 구제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설교하는 목사들에게 "기호학적으로 읽다보면 신학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해결될 수 있는데, 지성의 궁극까지 가서 하나님께 매달려야 하나님께서 손을 내미실 것"이라며 "교인들에게 무조건 하나님은 사랑이시다라고만 하지 말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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