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쁜 순간' 눈물 보인 이상화…"부모님 얼굴 가장 떠올라"

최악의 빙질에서 최고의 기록 세운 이상화…무릎에 찬 물 빼내며 끊임 없이 단련
12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기뻐하고 있는 '빙속여제' 이상화의 눈시울이 뜨겁다.   ©소치(러시아)=뉴시스

올림픽 2연패의 금자탑을 쌓으며 시상대 위에 선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 그의 눈에는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늘 당당했던 이상화도 그 순간만은 만감이 교차하며 자신도 모르는 눈물이 흘렀다.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이상화는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화는 그동안 보니 블레어(미국·1988캘거리~1992알베르빌~1994릴레함메르)와 카트리나 르 메이돈(캐나다·1998나가노~2002솔트레이크시티)만이 기록했던 여자 500m 올림픽 2연패의 위업을 역대 세 번째로 달성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2차 레이스에서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레이스를 선보여 37초28을 기록, 2002년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에서 르 메이돈(캐나다)이 수립한 37초30의 올림픽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솔트레이크시티의 유타 올림픽 오벌과 비교해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의 빙질이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상화의 이번 질주는 놀라움 그 자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레이스를 마친 직후에도 이상화의 눈에는 시상대와 같은 눈물이 맺혔다.

이상화는 "레이스를 마치고 나서 경기 결과를 봤는데 감동이 밀려왔다"며 "1차 레이스를 마치고 자전거를 타면서도 눈물이 났다. 지금까지 해온 것을 생각하면 괜히 짠해진다"고 털어놨다.

올림픽 2연패라는 영광의 순간을 위해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하고, 또 단련했다. 왼 무릎에 물이 차 재활을 병행하며 주사를 맞아야 했지만 이를 버텨냈던 이상화. 이날 눈물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이상화는 "무릎이 좋지 않은 지 오래 됐다. 무리하면 왼 무릎에 물이 차고 아파 재활을 병행해왔고, 주사를 맞고 있다"며 "지난해 여름에 주사를 맞은 후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오후(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 직후 우승을 확인하고 눈시울 붉히는 이상화.   ©소치(러시아)=뉴시스

심리적인 압박감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상화는 "2연패 도전이 쉽지는 않았다. 긴장감 속에서 해야 한다는 자체가 굉장히 두려웠다"며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 굉장히 기분이 좋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이상화는 1차 레이스부터 압도적인 면모를 과시했다. 1차 레이스에서 37초42로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눈앞에 둔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 초반 100m를 10초17로 통과한 뒤 37초28이라는 올림픽신기록을 작성했다.

그는 "1차 레이스는 조 편성이 좋지 않았다. 브라타니 보우가 초반 100m 기록이 좋지 않은 선수여서 아쉬운 기록이 나왔다"면서도 "하지만 2차 레이스에서 만회해서 기쁘다"고 밝혔다.

올림픽기록을 경신한지 몰랐다는 이상화는 "2연패를 이룰 수 있을까도 의문이었다"며 "내가 이렇게 탈 줄은 몰랐다. 정말 기분이 좋다"며 활짝 웃었다.

이상화는 "다른 월드컵 대회와 마찬가지로 경기에 임했다. 올림픽이라는 느낌이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장에 나가니 '올림픽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1차 레이스가 끝난 후에도 다른 선수들의 기록이 워낙 좋아 걱정했다. 하지만 나의 레이스에 집중했고, 2차 레이스를 마친 후 '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모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되돌아봤다.

월드컵 대회,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은 완전히 기분이 다르다고 강조한 이상화는 "4년간 기다려온 올림픽이다. 세계신기록을 세웠을 때와 비슷하게 기분이 좋다"며 "하지만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당시는 첫 메달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상화의 압도적인 우승에 다른 국가의 선수들도 앞 다퉈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상화는 "네덜란드 선수들을 포함해 축하한다고 말해줬다. 경기 자체가 환상적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사실 이상화의 금메달은 예견된 것이었다. 2012~2013시즌, 2013~2014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대회에서 이상화는 한 차례도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그간 제가 열심히 한 것을, 제 자신을 믿었다. 스스로에게 '강하고 진지하게 임하자'라고 주문을 외웠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되뇌었다"고 비결을 설명한 후 "체중이 빠지면서 가속이 붙어 스타트가 좋아진 것도 비결"이라고 스스로의 분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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