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한류 확산이 체제 변화에 영향 줄 수 있다"

선교
북한·통일
이지희 기자
대북정책에 따른 북한선교 방향(2) - 강동완 교수·통일부 서정배 과장

"'헐(헉)', '열공(열심히 공부하다)', '지대 무선 담탱(굉장히 무서운 담임선생님)' 등 요즘 한국 10대 학생들이 사용하는 말은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분단 60년 간 같은 민족인줄 알았던 북한 주민들과 언어, 문화적으로 큰 격차가 생겨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실제로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언어'라고 합니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지희 기자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최근 제25회 북한선교정책세미나에서 "반세기가 넘는 시간 남북한은 체제에 대한 갈등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 증오감 등이 깊숙이 내면화돼 왔다"며 "향후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통합과 문화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또 "남북한 통일이란 쉽게 말하면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치·경제적 통합뿐 아니라 앞으로 주민들 간 문화적·인식적·정서적 격차를 줄이고 통합을 이루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남한 주민들은 새롭게 변화되는 북한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난 10년 동안 남한 영화나 드라마를 중심으로 북한 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한류 현상을 소개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CD, DVD, USB 등을 이용해 '가을동화',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대장금' 등 남한의 인기 드라마를 보며 TV를 통해 '6시 내고향' 등 남한 방송을 직접 수신하기도 한다"며 "남한 영상매체를 시청하기 위해 중국산 소형텔레비전을 자동차 배터리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남한 영상매체는 중국 접경지역인 함경도나 양강도에서 들여와 북한 전역으로 유통되며, 유통 및 시청 계층은 일반 주민뿐 아니라 간부 계층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자본주의 날라리풍'으로 규정한 외래문화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은 '비사회주의그루빠'라는 단속반을 운영하고 적발 시 노동단련형, 타지 추방, 교화형, 심하면 사형에 처하고 있다. 하지만 만연한 뇌물 문화와 외래문화의 급속한 확산에 대해 일일이 법으로 처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강동완 교수는 "북한 전 계층, 전 지역에서 남한 영상매체가 유통되면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한국의 말뿐 아니라 한국 옷, 한국 가요, 한국 연예인의 머리스타일, 이성교제문화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러한 북한 주민들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는 향후 북한 사회 전반의 변화 매개체로 동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남한의 풍요로움과 자유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동경과 모방욕구, 북한 당국 선전의 거짓과 지배구조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감 등은 일탈행위, 저항문화, 정권에 대한 불만 등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가중되는 경제난과 고난의 행군기를 보낸 현 10대, 20대 등 새로운 세대의 증가는 북한 체제 변화를 촉진하는 요소일 것"이라며 "보이지 않는 전선을 통해 전기가 흘러 형광등의 불을 밝히는 것처럼 여러 작은 변화들이 북한을 변화시키는 하나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배 통일부 교류협력기획과장   ©이지희 기자

이날 이수영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대신해 '박근혜 정부의 교류협력정책과 추진 현황'에 대해 발표한 서정배 통일부 교류협력기획과장(사진)은 "통일 정책을 시행하면서 종교계의 협력이 없이는 진전이 안될 정도로 종교계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기독교계가 사회의 커다란 중심축을 형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에도 동서독 관계 개선을 위해 교회가 의도적으로 사업을 많이 진행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데 평화기도회가 기폭제가 됐다"며 "또 독일교회가 사람들의 마음 속 장벽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에 앞장선 것처럼 한국교회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와 동반자 관계에서 함께 역할을 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기조를 설명하기에 앞서 "정부 출범 이전부터 남북관계가 굉장히 어려웠다"면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악재가 계속 발생하면서 최악의 상황에 있지만, 기본적으로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재설정의 필요성을 느끼고 어떻게 신뢰를 쌓을 것인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도발 등에 과거에는 보상 측면이 많았지만, 지금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고 바람직한 변화는 더욱 지원하는 등 '압박과 대화'로 남북간 신뢰를 쌓는 기틀을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 과장은 "대북 교류·협력은 계속 확대돼야 하지만 질서 있는 교류·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지난 날 많은 지원과 노력에도 북한과 상호 신뢰가 쌓이지 않은 것은 대북 지원에서 양적 성장에 치중하고 내부에서도 과다경쟁으로 질서가 혼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북한이 남북관계를 좌우하면서 우리는 영향력을 미칠 수 없게 됐다"며 "장기적인 남북관계를 위해 우리가 먼저 체계와 질서, 원칙을 세우려 한다"며 "막연한 면도 있지만 이것을 염두에 두고 신뢰가 쌓이는 대북 교류•협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 과장은 또 "앞으로는 대북사업을 통해 북한 주민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시켜 중장기적으로 통일에 도움이 되도록 비전을 공유하고, 북한의 바람직한 태도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그는 "사실 경제협력이 가장 파급효과가 크고 피부로 느끼는 변화지수가 크다"며 "하지만 투자분을 회수할 수 없고, 손해를 봐도 구제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 안 된다"며 "이 부분에서 확실한 법 장치를 만드는 등 앞으로 새로운 환경에서 대북투자사업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배 과장은 대북 인도 지원 분야에 대해 "과거 양적 급성장으로 12년 전 대북지원이 1천억 원 가까이 집행됐지만 지금은 1년에 178억(국제기구 135억, 민간단체 43억)이 지원되고 있다"며 인도적 지원이 소강기에 들어섰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취약계층에 물품이 제대로 분배되고,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바탕 위에서 인도 지원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5·24 대북제재(천안함 폭침 후속 조치)의 영역을 조금 더 줄여나가면서 북한과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갈 부분을 계속 찾고 있다"면서 "현 정부의 북한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 지원은 정치 상황과 관련 없이 계속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문화분야 교류에 대해서는 "남북한 주민의 동질성 회복에 목표가 맞춰질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역사적,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마음과 마음의 통일, 곧 심리적 통일뿐 아니라 정서적, 문화적 등 영역에서의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관계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기 어려울 때일수록 종교단체나 민간단체 등 이미 대북관계에서 상당한 신뢰를 구축해 온 단체들의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며 "민간 차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발현돼야 할 때인 만큼 이 부분에서 정부는 민간단체들과 협력을 확충하고 지원할 부분을 찾겠다"고 밝혔다.

서정배 과장은 "상식이 통하고, 국제 규범을 지키며 남북관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원칙을 공유할 수 있도록 북한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남북관계가 장기간 소강상태에서 질서를 바탕에 둔 교류•협력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합의가 도출되는 과정에서 민간기관에서도 이 같은 논의를 진전시키고 남북 간 신뢰를 쌓아 통일로 나아가는 데 매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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