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 31년만 '역사적' 새 선교 문서 '함께 생명을 향하여' 공식 발표

성령의 선교·영성으로서의 선교·창조 회복을 위한 선교 강조
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CWME)는 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었다.왼쪽부터 게에바르게즈 모르 코오릴로스 주교와 커스틴 킴 박사, 금주섭 목사다.   ©손현정 기자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 여섯 째 날인 4일 WCC의 역사적인 새로운 선교 문서 '함께 생명을 향하여: 기독교의 지형 변화 속에서 선교와 전도(Together Towards Life: Mission and Evangelism in Changing Landscapes)'가 공식적으로 소개됐다.

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CWME)에 의해 작성된 이 문서는 지난 2012년 9월 5일 그리스 크레타에서 열린 WCC 중앙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되었으며, 1982년 발표되어 유일한 WCC 선교 문서였던 '선교와 전도: 에큐메니칼 확언(Mission and Evangelism : Ecumenical Affirmation)를 대체해 향후 WCC 선교 정책에 기반을 제공할 전망이다.

문서는 기존 에큐메니칼 운동의 선교 개념인 '하나님의 선교'의 포괄적 선교 개념의 바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성령론적 접근을 통해 21세기의 새로운 선교 환경의 변화에 대처하고자 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또한 사회 '주변부(margins)'가 주체가 되는 선교를 강조하고, 기독교와 타종교, 심지어 무종교와의 협력까지도 선교의 개념에 포함시켰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날 오전 진행된 선교 전체회의에서 CWME 위원장인 게에바르게즈 모르 코오릴로스 주교(Geevargjese Mor Coorilos, 시리아정교회 인도 니라남 수도대주교) 주교는 이번 문서의 특징에 대해 첫째, 하나님의 선교라는 큰 틀 안에서 '성령의 선교'를 제시하고 있으며 둘째, 선교를 '영성'으로 보며 셋째, 선교를 창조 질서의 회복과 보존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코오릴로스 주교는 이번 문서가 강조하는 '성령의 선교'는 '하나님의 선교'에 기반하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선교의 근거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으로 이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나누고 생명의 충만함을 모두가 누리게 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를 이러한 생명의 삼위일체 하나님의 공동체로 이끌어가는 것은 성령의 일"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따라서 이러한 이해 안에서 문서가 "성령을 일하시는 모든 곳, 정의와 평화, 생명이 이뤄지는 모든 곳에서 선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며 교회 안이나 교회 밖에서 모두 선교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음을 강조했다.

코오릴로스 주교는 이어 선교를 영성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서는, "기독교가 어떻게 존재하느냐는 무엇을 하느냐만큼 중요하다"며,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의 삶과 일치하는 만큼 그를 증거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러한 삶에서의 일치가 없으면 선교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우리의 삶이 그리스도와 하나되어 우리의 경제 정치 사회 교회 안에서 모든 생명을 파괴하는 것에 저항하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영성이며, 이것을 선교로 볼 수 있다"고 이번 문서의 시각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코오릴로스 주교는 선교를 창조 질서의 회복과 보존으로 보는 관점에 대해서, "하나님의 선교는 창조 행위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복음은 모든 피조물을 위한 것"이라며 "따라서 이제는 기존의 선교에 대한 이해를 뛰어 넘어서 모든 피조물에 하나님의 은혜를 주는 통로로 선교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오릴로스 주교는 이러한 관점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선교 문서는 '주변부(margins)가 주체가 된 선교'를 선언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즉 그 동안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 속했던 이들을 더 이상 선교의 대상이 아닌 선교의 주체로 본다는 것이다.

코오릴로스 주교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는 생명이 정치적·사회적·경제적 헤게모니 속에서 통제당하고 있고 억압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세계 속에서 '주변부'에 속한 이들이 생명을 위해 투쟁하며 희망을 전하고 있으며 '중심부'에 있는 자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다. 사회 변화의 힘이 이들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의 선교가 힘 있는 자와 가진 자의 우월성에 근거한 것이었다면 주변으로부터의 선교는 대안적인 선교"라며, "우리는 이들을 중심부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주변부에서 하나님의 생명의 선교의 대리자로 일하게 해야 하고 이에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위해 시민사회의 각 분야와도 교회가 선교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코오릴로스 주교는 전했다.

이 날 회의에서는 코오릴로스 주교 외에도 스티븐 베번스 신부(Stephen Bevans, 세계예큐메니칼신학원 교수)와 세실리아 카스티요 난하리 목사(Cecilia Castillo Nanjari, 라틴아메리카교회협의회 여성과성적정의부서 대표)가 각각 선교에 있어서 성령론적 근거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실제적으로 이 같은 선교관을 어떻게 이 시대의 문제에 적용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점을 제공했다. 회의 진행은 CWME 부위원장 커스틴 킴 박사(Kirsteen Kim, 영국 성공회·리즈트리니티대학 신학교수)가 맡았다.

코오릴로스 주교는 회의에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30여년간 냉전 종식, 인터넷 발달, 세계화, 9.11 테러, 이민 등 선교의 지형 변화가 일어났는데 이번 문서는 이런 변화에 새로운 신학적 틀로 신선한 답을 내놓고 있다"며, "향후 20-30년간 WCC의 선교 운동은 이 문서에 입각해서 추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WCC는 이번 문서를 바탕으로 향후 4년간 선교 운동을 추진하고 오는 2017년 세계선교대회를 개최해 그 결과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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