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업의 서적 확보와 저작물 활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출판계에서 학습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저작권 보호와 함께 지식을 생산·검증하는 출판산업의 기반을 유지할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I 서비스 클로드를 개발한 앤트로픽은 2024년 작가 안드레아 바츠 등이 제기한 저작권 소송 과정에서 불법 공유 사이트의 서적을 대량 확보한 사실이 드러났다. 미국 법원 문서에는 라이브러리 제네시스(LibGen)에서 최소 500만 부, 파이럿 라이브러리 미러(PiLiMi)에서 최소 200만 부를 내려받은 것으로 기재됐다. 법원은 AI 학습의 공정이용 여부와 불법 복제본을 확보·보관한 행위를 구분해 판단했다.
국내에서도 해외 업체가 교보문고·예스24·알라딘 등 도서유통사와 지역 서점에 서적 대량 구매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구매 목적을 밝히지 않아 AI 학습용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해당 업체가 AI 기업인지와 실제 활용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출판계는 AI의 저작물 활용에 대응할 제도적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며 데이터 확보·이용 과정의 공개와 보상 체계 마련을 요구했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업계 차원의 AI 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관련 입법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출판계와 소통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AI 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학습 데이터의 공개와 보존 의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경제적 보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신 출판평론가는 출판이 단순히 정보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의 가치와 신뢰성을 판단해 선별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기능을 유지해야 AI 역시 지속적으로 가치 있는 정보를 학습할 수 있다”며 출판산업 보호의 필요성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