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는 끝났지만, 믿음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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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철 전북의대 전 교수, 전주 안디옥교회, '부모가 들려주는 성경(구약)' 저자
권형철 전북의대 전 교수, 전주 안디옥교회, '부모가 들려주는 성경(구약)' 저자.

손을 모아 기도하고, 말씀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예배를 마치고 교회 문을 나선 뒤에도 그 경건함은 이어지고 있을까?

예배 시간에는 이웃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집에서는 가족에게 상처 주는 말을 내뱉고, 교회에서는 친절하게 인사하면서도 일터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외면하지는 않는가.

어쩌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예배의 횟수가 아니라, 예배당에서 고백한 믿음을 일상으로 옮기는 용기인지도 모른다.

사도행전 17장 24~25절에서 바울은 하나님께서 사람의 손으로 지은 신전에 거하지 않으시며,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분도 아니라고 선포한다. 오히려 모든 사람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주시는 분이라고 말한다.

이 말씀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혹시 하나님을 예배당이라는 공간 안에만 모셔 두고, 그 밖의 삶에서는 자기 뜻대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물론 교회에 모여 예배드리는 일은 소중하다. 함께 말씀을 배우고 기도하며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은 신앙생활의 중요한 토대다. 문제는 예배와 삶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때 생겨난다.

기독교 신앙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있다. 예수님은 낮은 곳으로 내려가 병든 사람을 고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하셨다. 마침내 자신의 생명까지 내어주셨다.

그런 예수님을 믿는다고 고백하면서도 우리의 삶에 타인을 향한 배려와 사랑이 없다면, 그 믿음은 무엇으로 드러날 수 있을까?

믿음은 마음속 생각이나 입술의 고백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선행을 많이 해야 구원을 얻는다는 뜻은 아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믿고 받아들인 사람이라면, 그 은혜가 삶의 태도에도 조금씩 스며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 변화는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가족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인내, 자기 잘못을 먼저 인정하는 용기,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지키는 정직,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작은 행동이 그 시작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우리의 기도 시간을 알지 못한다. 성경을 얼마나 읽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건네는 말 한마디와 행동은 직접 경험한다.

사람들은 우리가 무엇을 믿는다고 말하는지보다, 그 믿음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먼저 본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 12장 1절에서 우리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고 권면한다. 여기서 말하는 예배는 정해진 시간에 드리는 종교의식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신의 삶 전체를 하나님 앞에 내어놓는 태도와 연결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 역시 서로 떨어져 있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눈앞의 사람을 외면한다면, 그 사랑은 어디에서 확인할 수 있을까.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에게도 이 질문은 낯설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을 신뢰하고, 자신의 신념을 삶으로 보여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다는 사실이 반드시 깊은 믿음을 뜻하지는 않는다. 세월이 흐르면서 예배에 익숙해질 수는 있지만, 그 익숙함이 삶의 변화를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이 질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성경을 읽고 묵상할수록 말씀을 아는 것과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 사이에 얼마나 큰 거리가 있는지 깨닫는다. 때로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누군가를 판단하고, 용서를 배우면서도 서운한 마음을 오래 붙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믿음의 길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신앙이란 완전한 사람이 되었다고 선언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날마다 조금씩 달라져 가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자신에게 물어볼 차례다.

지난 일요일 어떤 설교를 들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말씀을 듣고 월요일에 누구를 어떻게 대했는지도 중요하지 않을까.

교회에서 얼마나 뜨겁게 기도했는지도 소중하지만, 그 기도가 가정과 일터에서 어떤 행동으로 이어졌는지도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예배의 순서는 교회당에서 마칠 수 있다. 그러나 예배에서 고백한 믿음은 그곳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쩌면 하나님께 드리는 진실한 예배는 교회 문을 나선 뒤,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 속에서도 드러나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권형철 #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