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인천광역시청 일대에서 퀴어문화축제와 이에 반대하는 기독교계 및 시민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동시에 개최됐다. 양측의 가두행진이 이어졌으나 경찰의 밀착 통제로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인천퀴어대책본부 등 50개 시민단체가 주최하고 인천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신용대 목사, 이하 인기총)와 지역 구 기독교연합회가 주관한 ‘2026 인천가족사랑축제’는 이날 인천시교육청 정문 앞 도로에서 열렸다. 주최 측 추산 2,000명(경찰 추산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반대 예배, 성명서 발표, 문화행사 및 거리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반대 집회 참석자들은 ‘거룩한 방파제 인천’ 등의 구호를 내걸고 성경적 성윤리와 전통적 가정의 가치 수호를 주장하는 한편, 인천시의 공공장소 사용 승인 과정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서 인천시민단체연합은 인천시가 지난해 애뜰광장 사용을 불허한 뒤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올해 사용을 승인한 결정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법적 쟁점과 관련해, 인천시가 지난해 퀴어축제 조직위원회의 광장 사용 신고를 불수리 처분한 이후 조직위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2025년 2월 인천지방법원(1심)이 조직위 승소(불수리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했다.
단체 측은 “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내려진 이번 승인 결정의 법적 근거와 1심 판결에 따른 행정적 조치 범위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며 “행사나 단체의 성격과 관계없이 공공시설 사용에는 공정하고 일관된 행정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행사의 공동 주관 단체인 인기총 역시 별도 성명서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 따라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평화롭고 합법적인 의사 표현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며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적 환경 마련과 공공장소 운영의 형평성을 확보하라”고 인천시에 촉구했다.
같은 날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에서는 제9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주최한 축제가 열렸다. 참석인원은 성소수자 단체 관계자 등 경찰 추산 500여 명에 불과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공공질서 유지 및 사회적 갈등 예상”을 이유로 광장 사용을 수리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사용을 승인했다. 항소심 진행 상태에서 이뤄진 인천시의 이번 승인 결정으로 공공장소 사용 승인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당일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경찰관 232명과 형사기동대 11개 중대를 현장에 배치했으며, 행사는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