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마약, 알코올, 도박, 게임, 스마트폰 등 다양한 중독 문제로 심각한 사회적 고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와 각계 전문가들이 뜻을 모아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에 나선다.
‘한국기독교중독대책연합(Korea Christian Alliance Against Addiction, 이하 KCAAA)’은 16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전체 발기인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교계 지도자를 비롯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독 상담가, 법률가, 사역자 등 1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중독 문제 해결을 위한 거룩한방파제 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다짐했다.
이번 발기인대회는 단순한 단체 설립을 넘어, 날로 심각해지는 중독 문제에 대해 한국교회가 영적·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실질적인 회복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아울러 이날 오정호 새로남교회 담임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추대됐다.
KCAAA에 따르면, 이날 보건복지부 통계를 인용해 제시된 지표들은 중독 문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정부의 2025년 청소년 미디어 이용습관 진단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 청소년 가운데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21만 3,243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인터넷과 스마트폰 모두에서 위험군으로 분류된 중복 위험군 청소년만 7만 8,943명에 달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청소년과 청년층이 미디어 및 SNS를 통해 도박, 게임, 마약 등에 쉽게 노출되면서 중독의 저연령화와 일상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합회는 특정 중독 유형만을 다루는 단편적 접근을 넘어, 조기 발견과 전문적 지원, 가정 및 공동체의 지속적인 관심이 통합된 회복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1부 예배에서 설교를 맡은 이태희 목사(리바이벌처치)는 요한복음 4장 13~14절을 본문으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재이기에 세상의 물질이나 쾌락으로는 결코 참된 안식을 누릴 수 없다”며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자리에 알코올과 마약, 미디어 쾌락을 부어 넣으려 하지만 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독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영혼의 처절한 비명이자 영적인 문제”라며 “예수 그리스도가 주시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만이 중독의 근원적 갈증을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영사를 전한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 예장합동 증경총회장)는 손양원 목사의 ‘예수 중독자’ 시를 인용하며 “술이나 아편, 주식과 사상 등에 중독되어 살아가는 시대 속에서 목회자와 성도들이 먼저 예수 그리스도에게 온전히 붙들려야 한다”며 “거룩한 연대를 통해 한국교회와 다음 세대를 중독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감당하자”고 격려했다.
의학 및 임상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대한법정신의학회 회장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조성남 교수는 “현재 국내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 등을 포함한 중독 추정 인구는 약 2,000만~3,000만 명에 달하지만, 이 중 스스로 치료를 받는 비율은 0.1%도 되지 않는다”고 실태를 밝혔다. 조 교수는 “중독은 순간의 쾌락으로 뇌를 망가뜨리는 뇌 질환이자 피라미드식으로 퍼지는 전염병”이라며 “국가와 교회가 함께 대책을 마련해 단 한 번의 호기심으로 중독에 입문하는 일을 예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백석대학교 기독상담학과 은퇴교수인 조성희 교수(KCAAA 교육원장) 역시 “국내 중독 관련 인구가 6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영적 품음과 검증된 임상 전문성이 반드시 겸비되어야 한다”며 ▲전문 강사 및 상담사 양성과정 표준화 ▲통합 핫라인 연계 현장 교육 ▲청소년·군부대 맞춤형 예방 체계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안했다.
이날 발기인대회에서 오정호 새로남교회 담임목사가 대표회장으로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또 정관 초안 심의와 조직 구성안 의결이 진행됐다. KCAAA는 이날 창립 취지문을 발표하며 “오늘날 우리 사회는 알코올, 니코틴, 마약, 도박, 인터넷 게임, 음란물 등 전방위적인 중독 문제로 인해 심각한 영적·사회적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는 한 인간의 영혼과 육신을 파괴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복합적인 질병이자 심각한 영적 죄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중독(Addiction)의 어원은 ‘노예’라는 단어에 두고 있듯, 포로 된 자와 눌린 자에게 참된 자유를 주시기 위해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사랑이야말로 중독의 깊은 사슬을 끊어내고 회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일한 기초”라며 “교파와 교단을 초월하여 목회자와 의료인, 법조인, 상담가 등 각계 전문가들의 역량을 모아 공신력 있는 통합적 대표 기구로서 한국기독교중독대책연합을 설립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주요 사업으로 ▲중독 예방 교육 및 학술 연구 ▲전문 상담 체계 및 핫라인 구축 ▲중독 재활 공동체 운영 지원 ▲기독교 중독 예방 전문 강사 양성 ▲정부 정책 건의 및 입법 개선 활동 ▲군 장병 및 청소년 대상 맞춤형 예방 사역 등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사무총장을 맡은 홍호수 목사(사단법인 청소년중독예방운동본부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회의를 통해, 연합회는 향후 한국교회 각 교단 및 전문 기관들과의 연대를 넓혀가며 범교단적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할 방침이다.
KCAAA는 이번 발기인대회를 시작으로 조직과 정관을 최종 확정한 뒤, 오는 11월 중 공식 창립감사예배 및 대표회장 취임식을 개최하고 본격적인 중독 예방·치유·재활 사역에 돌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