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4대 종단이 함께하는 ‘2026 서울시 살(자) 사(랑하자) 프로젝트 열린포럼’이 지난 13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종교인의 정신건강: 마음의 위기, 종교가 함께 합니다’라는 주제로, 종교계가 지역사회 생명안전망 구축과 자살 예방 및 유가족 돌봄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1부 순서에서는 아주편한병원 교육원장이자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교수인 이영문 교수가 기조강연을 맡았다. 이영문 교수는 종교와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 그리고 정신건강의 관계를 철학적·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조명했다.
이영문 교수는 강연을 통해 “단언컨대 존재론적 불안(ontological anxiety)이 인간의 생존조건이기에, 불확실성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다양한 종교적 형태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지속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라며 “종교는 내담자의 치유를 지향하고, 정신분석은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고대로부터 다양한 종교는 서로간의 차이가 있는 믿음과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각 믿음체계는 정신건강과 질병에 대한 시사점을 지닌다”고 밝혔다.
이어 종교의 사회적 기능과 질병 치유 과정에 대해 “종교적 치유과정은 정확하게 질병 치료 모델과 닮아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의 종교가 건강하게 일상에서 작동할 수 있다면, 사회적 질병이라 불릴 수 있는 수많은 질병의 치료과정에 매우 중요한 도움을 주는 삶의 대응방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인의 다층적인 자의식과 정신적 지층에 대해서는 “천 년 이상의 불교적 토대 위에 유교적 질서가 덧입혀졌고, 그 위에 서구의 기독교적 가치관과 근대 학문이 압축적으로 수용되었다”라며 “다양한 맥락 속에 한국인의 자의식과 정서가 놓인 것은 현대의 한국인들의 종교관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인생의 큰 위기 앞에서는 불교적인 비움이나 기독교적 기도를 동시에 추구하며, 유교적인 집단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근대 학문과 기독교의 영향으로 개인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역설의 변증을 논하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정신건강을 위한 종교의 역할과 관련해 “종교는 모든 사회담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종교의 치유능력은 존재불안을 지닌 인간을 돕는 것으로부터 시작하고 영혼의 안정까지 확대될 수 있다”라며 “구체적인 치료과정에 종교가 매이지 않아야 한다. 급성기 치료가 시급한 환자에게 불필요한 안수기도를 행할 필요는 없다. 샤머니즘에 매달리는 인간의 무지를 꾸짖는 역할 또한 종교가 해야할 일이다. 달리 생각한다면 치료를 돕는 것과 치유를 지향하는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부 순서에서는 4대 종단 종교인들의 회복이야기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기독교 대표로 나선 라이프호프 자살유족공동체 ‘로뎀나무 가족’의 배진희 씨는 가족을 떠나보낸 아픔과 공동체를 통한 치유의 과정을 고백했다.
배진희 씨는 2009년 당시 29세의 남동생과 2021년 70세의 아버지를 자살로 사별한 아픔을 겪었다. 사별 이후 깊은 죄책감과 슬픔 속에 홀로 울어야 했던 시간에 대해 배 씨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테니 혼자 울었고,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테니 혼자 울었고, 울음이 민폐가 될까 봐 혼자 울었고, 죄책감에 짓눌려 혼자 울었습니다”라며 “생각하지 못했던 깊은 배려와 위로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그때 유족 한 분이 다가와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셨고, 그제야 다른 분들도 함께 기도하며 울고 계신 것이 느껴졌다. 그 눈물은 단지 저만을 위한 눈물이 아니었다. 모두가 겪었기에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아픔을 서로 공감하며 흘리는, 깊고 소중한 기도의 눈물이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라이프호프와 함께 전철 역사와 거리에서 ‘생명문화버스킹’을 진행하며 자살예방 활동에 동참하고 있는 배 씨는 “혼자 울어야 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다”라며 “행여 저와 같은 분이 계시다면 이제는 더 이상 혼자 울지 마시고, 자조모임이나 그 울음을, 그 이야기를 함께 들으려고 손 내밀고 있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 가실 수 있으면 좋겠다. 위로 받으시고, 힘도 받으시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들의 공감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서울시는 2014년 종교계와의 협력을 준비하고, 2015년부터 서울시자살예방센터 및 4대 종단과 함께 ‘살사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해 왔다. 상담과 유족 돌봄, 종교지도자 교육, 고위험군 발굴·연계, 지역사회 캠페인으로 활동을 확대하며 종교기관과 공공 자살예방 서비스를 연결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2018년부터 개최해 온 열린포럼에서는 종교계의 현장 경험을 공유하고, 생명을 지키는 공동의 역할과 책임을 조명해 왔다. 이번 포럼에서도 회복 이야기를 통해 시민의 마음건강을 돕는 종교공동체의 사회적 가치와 서울시·종교계 협력의 의미를 되새겼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앞으로도 4대 종단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위기에 처한 시민이 고립되지 않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시민 밀착형 자살예방 안전망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