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책임자들 엄중 처벌해야”

강제북송탈북어민정의실현시민연합 등 단체들, 2심 판결 앞두고 촉구

송환된 탈북어민 2명 처형된 것으로 알려져
고문 위협 명백한 곳으로 송환, 과연 옳았나
오직 헌법·법률·양심 따라 공정·정의 판결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엄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5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진행되고 있다. ©주최 측 제공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2심 판결의 선고가 오는 21일로 예정된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의 엄정한 판결과 1심에서의 선고유예 파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15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강제북송탈북어민정의실현시민연합, 사단법인 북한인권, 북한정의연대,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 북한이탈주민중앙회, 우크라이나북한군포로구출국민운동 외 37개 단체들이 참여했다.

기자회견에선 이용희 공동대표(우크라이나북한군포로구출국민운동)를 비롯해 이선규 공동대표(강제북송탈북어민정의실현국민연합), 송예원 공동대표(탈북민자유연대), 이예진 집행위원(강제북송탈북어민정의실현국민연합)이 발언했고, 박호준 실행위원장(강제북송탈북어민정의실현국민연합)이 성명서를 낭독했다.

단체들은 ‘강제북송 탈북어민 2인의 억울한 죽음 앞에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에서 “북한으로 강제 북송됐던 탈북어민 2명에 대한 북한 전문매체 데일리NK의 보도에 의하면 ‘정부로부터 이들의 신병을 인계 받은 북측은 이들을 약 50일간 고문하며 조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이 실내에서 참수형으로 처형됐다는 게 소식통들의 공통된 전언’”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은 유엔 고문방지협약 가입국이다. 동 협약 제3조는 ‘어떠한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 또는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이는 당사자의 범죄 혐의 여부와 상관없이 금지된다”며 “북한 정권이 송환된 주민들에게 가혹한 고문과 처형을 가한다는 사실은 이미 전 세계가 아는 공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 어민들을 고문의 위협이 명백한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 행위가 과연 법적으로, 인도적으로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기자회견 참석자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주최 측 제공
이들은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주민 역시 분명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또한, 우리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모든 형사 피의자와 피고인은 사법부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단체들은 “그러나 당시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스스로가 대법관이라도 된 듯 사법적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단 이틀 만에 이들을 유죄로 단정 지었고, 단 5일 만에 북한으로 강제 송환했다”며 “심지어 이 과정은 국민 모르게 비밀리에 추진되다가 언론의 취재로 세상에 드러났다. 사법부의 3심 재판 절차조차 무시한 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권을 박탈한 명백한 직권남용이자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국민들 사이에서는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권력의 유무에 따라 법의 잣대가 달라진다면 이 땅의 법치주의는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 재판관들에게 강력히 호소한다. 사법부는 정치 권력의 시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단체들은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왔으나, 정당한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북한 땅으로 끌려가 참혹하게 희생된 두 청년의 피가 지금도 대한민국을 향해 부르짖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힘 없고 백 없어서 권력자들에게 기만 당하고 억울하게 죽임 당한 탈북어민 두 사람의 원한을 대한민국 재판부는 반드시 풀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강제북송된 탈북어민 사건 항소심 재판부(성언주, 원익선, 이희준 판사)는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용기 있고 정의로운 판결을 함으로 대한민국에 정의를 세우고,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한, 원통함이 없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헌법과 무죄추정 원칙 파괴한 강제북송 책임자들 엄중 처벌 △유엔 고문방지협약 위반하고 국민의 생명권 박탈한 직권남용 단죄 △사법부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라 정의롭게 판결 △억울하게 희생된 탈북어민 2명의 피맺힌 원통함을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로 풀어낼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주최 측 제공
한편, 2019년 11월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우리 군에 나포된 북한 어민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송환됐다. 이들은 북한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으며, 정부는 합동조사 결과 이들의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해 북송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으며, 북송 결정의 적법성과 탈북민 보호 의무 위반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피고인들(정의용 전 안보실장, 서훈 전 국정원장,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 모두 징역형 선고유예를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