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반대 신념 밝힌 英 기독교 교사, 학교 상대 차별 소송

아니타 메스턴. ©ADF

영국의 한 기독교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의 질문에 자신의 낙태 반대 신념과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가 해고됐다며 학교를 상대로 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아니타 메스턴(Anita Meston, 63)은 법률 옹호단체 자유수호연맹(ADF)의 지원을 받아 영국 선덜랜드 인근 워싱턴에 위치한 비딕 아카데미(Biddick Academy)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사건의 예비 심리는 10월 16일(이하 현지시간) 고용심판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ADF에 따르면 메스턴은 2024년 10월 이 학교에 합류해 약 6개월간 전일제 대체교사로 근무했다. 주로 프랑스어를 가르쳤으며, 다른 과목의 수업을 대신 맡거나 10학년 담임 역할도 수행했다. 해고되기 일주일 전에는 계약이 갱신된 상태였다.

문제가 된 발언은 2025년 3월, 메스턴이 8학년 역사 수업을 진행하던 중 나왔다. 당시 수업에서는 1945년 연합군의 독일 드레스덴 폭격이 정당했는지를 다루고 있었다.

ADF에 따르면 메스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현재의 분쟁도 비슷한 도덕적 문제를 제기하는지 질문했다. 한 학생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느냐고 묻자, 그는 무고한 가자지구 주민들의 고통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후 다른 학생이 낙태에 찬성하느냐고 묻자 메스턴은 자신이 '생명 존중(pro-life)' 입장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견해를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는 기독교 신앙을 언급하고 낙태를 후회하는 여성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학생이 낙태를 후회하지 않는 여성들도 알고 있다고 반박하자, 메스턴은 "그럴 수도 있겠네요(Fair enough)"라고 답했다고 ADF는 전했다.

ADF는 메스턴이 다음 날 교장과의 면담에서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교장은 교실에서 개인적 견해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으며, 메스턴에게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스턴은 예비 심리를 앞두고 "신앙에 기반한 낙태 반대 신념과 일반적인 개인적·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해고하기로 한 비딕 아카데미의 결정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가 수업과 관련 없는 신념을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학생들의 질문을 인정하고 사실대로 답한 뒤, 수업 내용으로 돌아가도록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메스턴은 다른 수업에서도 학생들로부터 영국 개혁당(Reform UK)의 나이절 패라지(Nigel Farage)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고 ADF는 전했다. 그는 두 인물을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고 간단히 설명한 뒤 수업으로 돌아갔으며, 영국 개혁당 행사에 참석할 계획인지 묻는 질문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스턴은 교육 현장에서 포용과 관용을 강조한다면 자신과 다른 견해를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교육제도가 포용과 관용을 증진한다고 계속 주장하려면,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관점에 대한 관용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딕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노스이스트 러닝 트러스트(North East Learning Trust)는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면서도 "아동의 안전과 복지를 항상 보호하기 위해 명확한 교직원 행동강령을 마련하고 이를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ADF의 법률 고문이자 변호사인 제러마이아 이구누볼레(Jeremiah Igunnubole)는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이 주변 세계를 이해하고 다양한 관점과 마주하며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이나 교직원이 동의하지 않는 견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교사가 해고된다면, 다음 세대는 자신이 싫어하는 의견을 검열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배우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자유의 미래에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는 배움의 장소이며, 교사는 학생들이 도덕적·사회적 문제를 고민하는 과정에 함께하면서 질문에 사실대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두려움과 자기검열로 특징지어지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교육의 본질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구누볼레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낙태 반대 입장과 다른 견해를 밝혔다고 해고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고용주는 기독교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직원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ADF는 메스턴의 직장 내 종교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낙태 시술 기관 주변 완충구역에서 조용히 기도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낙태 반대 운동가 이사벨 본-스프루스(Isabel Vaughan-Spruce)도 메스턴을 지지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직접 질문받아 답하는 것이 해나 고통을 유발한다면, 우리가 젊은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가르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며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르면 불쾌한 일이라는 것인가? 자신과 다른 견해를 듣는 것이 해롭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