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교수, 영화 ‘암살자(들)’ 두고 “역사 왜곡 자유 없다”

사회
사회일반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최근 자신의 SNS 계정에 게시
이정훈 목사©기독일보DB

이정훈 전 울산대 법학과 교수(PL CHURCH 담임목사)는 최근 영화 ‘암살자들’ 역사왜곡 논란에 대해 논평하는 글을 페이스북 계정에 게시했다.

이 교수는 “역사를 왜곡할 자유는 없다. 허진호 감독의 역사왜곡 문제는 <덕혜옹주>에서부터 시작되었다”라며 “영화는 사실과 허구를 섞었다고 고지했고 감독도 영친왕의 망명 시도를 창작했다고 밝혔으나, 허구를 넣었다는 설명만으로 역사적 왜곡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내세운 작품에서 기록에 없는 애국적 행동을 거듭 부여한다면, 관객은 창작된 장면을 통해 실제 인물을 평가하게 된다”며 “<덕혜옹주>는 한글학교를 세운 것처럼 꾸미고 사료로 확인되지 않는 애국적 연설을 하게 하며, 덕혜옹주와 영친왕, 이우를 독립운동의 주체로 배치해 왕족의 애민과 항일 의식을 강화했다. 이 정도면 인물의 일화를 꾸민 수준을 넘어 새로운 정치적 이력을 써준 것으로, 역사물이 아니라 SF공상물로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덕혜옹주가 일제의 압박과 정략결혼, 정신질환으로 고통받았다는 것은 사실이고 영친왕 역시 어린 시절 일본에 인질로 보내졌지만, 이후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육군대학을 거쳐 육군 중장을 지냈다”라며 “그 자리에 항일 영웅의 이미지를 넣어버리면 역사적 질문 자체가 사라진다. 왕실의 비극을 앞세워 조선왕실의 부패와 무능의 통치 행적을 가린다면 연민이 권력에 대한 검증을 막는 방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이런 서사가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여질 때 독립운동가들의 위험과 희생은 왕실의 숭고함을 증명하는 배경으로 밀려난다”라며 “독립운동에는 여러 정치적 흐름이 있었지만 1919년 대한민국 임시헌장은 민주공화제를 명시했다. 왕실 중심의 감상으로 독립운동을 소비하면 국민이 스스로 나라의 주인이 되는 전환이 보이지 않게 되고, 국민이 권력을 평가하는 대신 비운의 지배자를 위로하고 숭배하는 자리에 머물게 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교수는 창작자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 인물의 행적을 바꾸었다면 창작자는 그 변경을 분명히 밝히고 비판에 답해야 한다”라며 “예술의 자유가 작품이 만들어내는 역사적 왜곡에 대해 설명할 책임까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관객의 감동이 사료를 대신하는 순간 역사왜곡은 완성되며, 성숙한 사회는 창작자가 사회적·윤리적·역사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음을 준엄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을 마무리지으며 이 교수는 “허 감독의 역사왜곡 영화 중 <덕혜옹주>는 독립운동사를 왜곡하여 민주공화국 건국의 역사적 의의를 국민 의식에서 소거하고자 하는 B급 왕실-판타지물이며, <암살자(들)>은 흥행을 위한 정치적 목적과 계산이 깔려있는 악의적 패륜물”이라며 “역사왜곡 전문 감독의 등장은 어쩌면 역사가 정치투쟁의 도구로 소비되는 뒤틀린 한국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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