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적지상주의가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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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축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병역특례와 관련한 언행이 논란이다. 국민의 신성한 의무인 병역제도를 조롱이라도 하듯 볼썽사나운 행동에 비난 여론이 들끓자 여야 정치권에서 병역특례 제도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남자축구대표팀은 4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 장면을 TV중계로 지켜본 국민 모두가 함께 기뻐하며 국위를 선양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런 축하 분위기가 한순간 싸늘한 시선으로 바뀐 계기가 있다.

일부 선수들이 공식 인터뷰에서 “군대 안 갑니다”, “군 면제 보상 하나만 보고 뛰었다”라고 말한 게 결정적인 요인이다. 예비군 모자를 삐뚜로 쓰고, 마치 지뢰 폭발로 발목이 절단된 장병을 희화화하는 듯한 선수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국민의 눈에 젊은 선수들의 철없는 행동이라기보다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대놓고 조롱하는 모습으로 비쳤다는 점이다.

논란이 가열되자 선수들은 병역의 의무를 조롱할 의도가 없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병역 특례의 공정성과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 앞에 여야 가릴 것 없이 병역특례제도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고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병역특례 제도는 지난 1973년 3월에 국위 선양을 한 체육인과 예술인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시작됐다. 남북한이 경쟁하는 체제에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일정한 성적을 거두는 선수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줌으로써 경쟁에서 이기도록 했으나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사실 국위 선양한 선수에게 병역을 면제하는 방법의 포상을 안기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다. 과거는 몰라도 현 시점에선 분명 형평성과 공정성에 위배되는 제도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게 어찌 선수들만의 잘못인가.

트로피나 메달이 아니라 “오로지 병역 면제 하나만을 바라보고 뛰었다”고 한 선수는 나라를 지키기 위한 국민의 의무를 가벼이 여기고 지금도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 젊은이들 앞에 진정으로 머리 조아려 사과해야 한다. 말로 그쳐선 안 되고 그런 의식을 뜯어고쳐야 진정한 프로 선수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선수들의 이런 삐뚤어진 의식은 전근대적인 제도를 만들어 놓고 고칠 생각이 일도 없다가 여론이 들끓자 선수 탓을 하는 정부와 정치권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공정이 생명인 스포츠에 누가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공했나. 어린 선수들에게 ‘성적지상주의’를 부채질한 이들이 선수들을 향해 돌팔매질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