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대사관 지하에 ‘비밀감옥’이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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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중국 베이징 주재 대사관 지하에 ‘비밀감옥’을 만들어 놓고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힌 해외 파견 인력을 감금·취조한 뒤 강제 북송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간 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대북사업자와 전직 북한 외교관 등 소식통의 증언을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와 반인권적 범죄 증거를 조사·기록해 진실 규명과 피해자 구제를 담당해 온 TJWG는 북한이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북한대사관 영사부 건물 지하에 ‘비밀감옥’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중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 파견한 주민 중에 탈북 시도 조짐이 보아면 베이징으로 유인해 이 지하감옥에 감금해 강제 북송하기 위한 용도라는 거다.

TJWG는 ‘중국에서 벌어지는 북한판 여우사냥 작전’이란 부제의 보고서에서 수년 전 중국에서 활동하던 북한 해커가 1년가량 이 ‘비밀감옥’에 감금됐다가 북한으로 강제송환된 실제 사례를 공개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다 2023년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해커 배용주가 장본인으로 그는 북한 대남공작원을 양성하는 마동희군사대학을 졸업한 뒤 중국에 파견돼 한국 정부기관과 중국 군사기관의 정보를 빼내는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한국으로 탈북을 시도하다 중국 당국에 체포돼 북한 측에 신병이 인도된 뒤 이 지하감옥에 1년간 감금됐다가 강제 북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고서는 그가 북송 직후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체제 위협 요소인 기독교 선교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 국경 일대에서 성직자들을 대상으로 테러와 납치를 자행한 사실도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8월,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서 대북 선교 활동을 하던 한국인 김창환 목사를 북한 공작원들이 살해한 사건이다. 2016년 4월엔 중국 지린성 창바이조선족자치현 장백교회의 한충렬 담임목사가 북한 요원들에 의해 살해된 채 야산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 정치적, 사상적으로 도전하는 개인이나 가족, 단체에 가혹한 인권탄압을 가해 온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성경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즉결처형을 하거나 도처에 세운 정치범수용소에 종신 구금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주재 대사관에 비밀감옥을 만들어 불법 구금하고 조직적으로 강제 북송하는 일까지 벌였다는 건 이번에 처음 밝혀진 사실이다.

TJWG의 최근 보고서는 중국 영토 내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인권탄압 단면만을 소개했을 뿐이다. 북한대사관이 있는 다른 국가에서 이 같은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그런데도 유엔 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제재를 풀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제사회가 입을 모아 북한의 인권탄압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분위기에서 과연 적절한 제안이었는지 정부가 판단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