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신교인 가운데 복음주의적 신념을 가진 이들이 비복음주의 교인들보다 성경에 대한 신뢰와 성경의 지속적인 권위를 더 강하게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 복음주의적 신념을 가진 교인과 그렇지 않은 교인 사이에는 성경의 메시지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놓고 상당한 인식 차이가 나타났다.
조사에서 복음주의적 신념을 가진 교인의 75%는 “하나님의 말씀에 담긴 진리가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복음주의적 신념을 갖지 않은 교인에서는 이 비율이 90%까지 높아졌다.
교단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성경의 진리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회복운동(Restorationist) 계열 교인에서 96%로 가장 높았으며, 감리교인이 92%로 뒤를 이었다. 침례교인은 80%, 장로교 및 개혁교회 교인은 79%, 초교파 교인은 77%였다.
복음주의적 신념을 가진 교인들은 성경을 이해하거나 성경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사람을 돕는 데에도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 예배 참석 빈도가 높은 교인들 역시 성경을 다른 사람과 함께 이해하고 적용하는 데 높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번 조사는 2025년 9월 2일부터 7일까지 한 달에 한 번 이상 예배에 참석하는 미국 개신교 및 초교파 교인 1,2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는 동일한 방법으로 2019년 개신교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라이프웨이 조사와 비교됐다.
라이프웨이는 대부분의 교인이 여전히 성경에 상당한 신뢰를 보이고 있지만, 성경의 일부 가르침이 더 이상 현재에 적용되지 않거나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고 보는 교인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34%는 “성경의 가르침 가운데 일부는 받아들이지만 자신의 믿음과 충돌하는 다른 가르침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2019년 30%에서 증가한 수치다. 남성(40%)이 여성(29%)보다 이 같은 견해를 보이는 비율이 높았다.
또한 28%는 “문화가 변화함에 따라 성경의 일부 진리는 그 관련성을 잃는다”고 답했다. 이는 7년 전 조사에서 나타난 24%보다 증가한 수치다.
스콧 맥코넬 라이프웨이 리서치 대표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일부 교인들이 성경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코넬 대표는 “대부분의 교인들은 성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일부는 자신이 읽는 성경 본문 가운데 무엇을 믿을 것인지 선택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지키고 제자를 삼으며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명령하신 점을 언급했다.
그는 “예수님의 초대는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향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른 책의 개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판본이 필요할 정도로 시대의 흔적을 보이게 된다”며 “그러나 성경의 근원이 되시는 분은 진리가 변하는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고보서 1장 17절을 인용해 “그분은 ‘변함도 없으시고 회전하는 그림자도 없으신’ 분”이라며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개념은 오늘날 많은 교인들에게조차 낯선 개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경에 대한 높은 신뢰…그러나 ‘선택적 수용’ 증가
일부 성경 가르침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전체적인 조사 결과에서는 성경이 여전히 대다수 개신교인의 삶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95%는 성경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성경을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으며, 91%는 성경 말씀을 자신의 삶의 상황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84%는 누군가 성경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할 경우 이에 답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82%는 성경의 도덕적 가르침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답했으며, 같은 비율의 응답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성경 구절을 접한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맥코넬 대표는 이러한 자신감의 수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많은 교인들이 다른 사람들이 성경에 대해 겪는 다양한 어려움에 답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강하게 동의하는 교인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성경 본문을 스스로 이해하고 그것을 삶과 연결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성경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강하게 동의한 교인은 38%에 그쳤고, 53%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응답자의 56%는 도움 없이 혼자 성경을 해석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답했다. 여성은 61%로 남성(51%)보다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젊은 세대일수록 성경 가르침과 문화 사이에 간극 느껴
세대별 차이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18~29세 교인의 54%는 문화의 변화로 인해 성경의 일부 가르침이 현재에는 덜 적용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 비율은 30~49세에서 40%, 50~64세에서 19%, 65세 이상에서 13%로 낮아졌다.
젊은 교인들은 일부 성경 가르침이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도 높았다. 18~29세 응답자의 56%가 이 같은 견해에 동의했다.
또한 이 연령대의 87%는 성경의 진리가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이해될 수 있다고 답했다.
예배 참석 빈도 역시 성경을 이해하는 데 대한 자신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1~3회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의 62%가 혼자 성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반면, 한 달에 4회 이상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에서는 그 비율이 52%로 낮아졌다.
교인 수가 50명 미만인 교회에 출석하는 응답자들은 혼자 성경을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한 비율이 65%로 높게 나타났다.
반면 500명 이상의 교회에 출석하는 응답자들은 성경의 가르침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들 가운데 84%는 성경의 가르침이 시대에 따라 효력을 잃는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한 4명 중 1명은 성경의 진리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견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경 해석에서 ‘문맥’ 중요성에는 대다수 동의
성경을 기록된 당시의 문맥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데에는 교인 대부분이 동의했다.
응답자의 96%는 성경이 기록된 당시의 상황과 문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강하게 동의한다’는 응답은 2019년 73%에서 2025년 67%로 감소했다.
또한 92%는 성경의 메시지와 원칙을 오늘날의 상황에 적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에 ‘강하게 동의한다’는 응답 역시 2019년 약 3분의 2에서 2025년 60%로 감소했다.
맥코넬 대표는 오늘날 사람들이 성경의 메시지를 원래의 문맥과 분리해 적용하는 경향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문구와 사진, 음악, 밈(meme) 등을 원래의 의미와는 전혀 관련 없는 상황에 적용하는 ‘리믹스 세계’에 살고 있다”며 “인공지능(AI)도 과거의 콘텐츠를 비슷한 방식으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식은 웃음을 주거나 무언가를 익숙하게 들리도록 만드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성경의 원칙은 단순히 듣기 좋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경의 메시지는 특정한 사람들에게 특정한 역사적·문화적 상황 속에서 계시됐다”며 “오늘날 우리에게 그 메시지를 어떻게 적용할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그 메시지가 주어진 문맥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