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뢰 폭발 사고 늑장 조사, 안보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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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과 유엔군사령부 합동 조사팀이 지난 27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 폭발 지역 현장 조사에 나섰다.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6일 만이다. 지난 21일 DMZ 안에서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로 수색대대장 등 지휘관 등 두 명이 중상을 입고 한 명이 경상을 입었는데도 군은 추석 연휴가 지나서야 처음으로 현장 조사에 나선 거다.

폭발 사고가 난 곳은 군사분계선(MDL)에 근접한 지점으로 당시 장병들은 새 수색로를 개척하던 중이었다. 우리 군 지휘관이 그런 곳에서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으면 사고 원인, 즉 매설된 지뢰에 의한 사고인지, 누가 지뢰를 매설했는지부터 밝히는 게 급선무다. 추석 연휴 기간에 비 예보가 있었고 당연히 폭발 흔적과 잔해가 훼손·유실될 가능성이 컸음에도 첫 현장 조사에 이토록 시간을 지연한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2015년에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우리 군은 사고 당일 현장에서 용수철과 나무 파편 등 잔해 43점을 수거했고, 이틀 뒤인 8월 6일부터 유엔군사령부와 합동 현장 조사를 진행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목함 지뢰를 매설한 것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 대응하는 군 당국의 대처는 11년 전과 너무나 판이하다. 당시는 사고 당일부터 증거를 확보했고, 엿새 만에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엔 사고 엿새 만에 첫 현장 조사에 나선 데다 비까지 내린 뒤라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질 지 의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시 폭발 현장에 있던 장병들로부터 북한 목함지뢰를 봤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한다. 일선 부대에서도 속히 현장에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군 당국은 ‘안전’과 ‘피해 장병 트라우마’를 이유로 조사를 미뤘다.

북한이 최근 MDL 일대에서 지뢰 매설 작업을 해 왔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조사 결과가 나와야겠지만 이번 폭발 사고가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리란 건 군 당국이 더 잘 알 것이다. 만일 군 당국이 북한을 의식해 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질질 끈 게 밝혀진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 초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을 상대로 한 스캠 범죄가 활개를 치자 SNS에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 “대한민국은 한다면 끝까지 한다”며 한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폭발 사고가 북한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이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서도 이와 똑같은 섬뜩한 메시지를 내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