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혈세 7100만원 소멸…어선원 치료 제도 '구멍'

어선원의 신속한 치료를 돕는다는 명분 아래 도입된 제도가 정작 국민의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구멍'으로 전락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2026년 9월 23일 확인됐다. 2024년 청구분에서만 최소 163건, 7100만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채권이 건강보험공단의 늑장 행정과 시스템 부실로 인해 허무하게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를 통해 폭로하면서 밝혀졌다.

'어선원 재해 보상보험법'에 따른 이 제도는 어선원이 산재를 당할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우선 진료비를 지급하고 수협중앙회를 통해 재해 승인 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2022년 9월 도입됐다. 하지만 재해 승인일 다음 날부터 3년인 채권 소멸시효가 행정 부실로 인해 무의미해지면서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근본적인 원인은 건강보험공단과 수협중앙회 간 '실시간 전산 연계 시스템 부재'에 있다. 이로 인해 공단은 수협중앙회에 재해 진료비 구상권 청구 요청을 수동으로 진행해왔으며, 명확한 업무 지침이 없어 늑장 행정과 채권 소멸을 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2023년에 승인된 일부 건은 2025년 3월에야 공단이 수협중앙회에 진료비 청구를 요청하는 등 지연 사례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재정 누수 규모가 앞으로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어선원재해 진료비 청구액은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총 157억8900만원에 달하며, 청구 인원 또한 2025년 3174명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어선원의 산업재해 발생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미회수 채권 또한 비례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진=뉴시스]

특히 2025년 청구분 중 3370건, 8억4300만원에 달하는 진료비가 현재 불인정되어 재심사 중이며, 이 불인정 사유에 소멸시효 만료가 포함돼 있어 추가 재정 손실이 임박했다는 지적이다.

백선희 의원은 '명백한 업무 태만'이라며 '국민의 소중한 건강보험 재정을 무방비로 방치한 건강보험공단의 행정 부실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실시간 전산 연계 시스템 구축, 표준화된 업무 지침 마련, 전수조사 및 책임 소재 규명 등 구체적인 개선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건강보험공단은 백 의원의 지적대로 수협중앙회와의 실시간 전산 연계 시스템을 조속히 구축하고, 명확한 업무 지침을 마련하여 행정 부실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이미 소멸된 채권에 대한 회수 방안을 강구하고, 관련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여 국민의 피 같은 보험료가 단 한 푼도 행정 태만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강력한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