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십자사 회장 인준에 딴지 건 여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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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인요한 전 국민의힘 의원의 대한적십자사 회장 인준을 하지 말라고 건의했다고 한다. 지난 6월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 선출된 데 이어 최근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차 논의한 끝에 ‘취업 가능’으로 결정해 절차상 이 대통령의 인준만 남게 되자 여당 대표가 제동을 걸고 나선 거다.

김 대표가 이 대통령에게 대한적십자사 회장 인준 거부를 요청한 배경은 인 전 의원이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표결에 불참한 전력 때문일 것이다. 여권 내에서도 그의 정치 이력을 문제 삼아 “적절치 않은 인사”라고 비판해 왔다.

하지만 인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며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본업에 복귀하여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적십자사 회장에 선출된 후에는 “비상계엄 당시 계엄 반대 행동에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의 직무가 국가 정치 대소사와 직결된 일이라면 여권에서 그의 이력을 문제 삼는 걸 뭐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정치와 무관하게 헌혈 사업을 비롯해 병원·재난구호와 인도적 국제협력 사업을 펼치는 기관이다.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도 그의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회장에 선출했고 국회윤리위 역시 최종적으로 적십자사 회장 취임에 문제가 없다고 결정했다. 그런데도 여당 대표가 한때 그의 정치 이력만으로 회장 취임에 딴지를 걸고 나선 건 국민 통합보다 코드 인사가 우선이란 판단 때문이 아닐까.

인 전 의원이 한때 정치에 몸을 담았었던 만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꼬리표가 붙는 건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를 정치인이 아닌 한국의 응급 의료 체계를 혁신적으로 바꾸고 결핵 퇴치에 앞장서는 등 4대째 한국의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헌신해온 가문의 의료인으로 기억할 것이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최근 한교총을 방문해 “정부·여당이 기독교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며 국민의 뜻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약속하며 지속적인 기도를 요청했다. 그러고 나서 대통령에게 인 전 의원의 적십자사 회장의 인준을 거부하도록 건의한 것이 과연 국민의 뜻을 세심하게 살핀 결과인지 의문이 든다.

김 대표가 여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에 당내 여론 추이를 살피는 심정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가 선출한 회장이 취임하지 못하도록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건 바른 정치가 아니라 골목대장이나 하는 짓이다.

인요한은 그의 형인 스티븐 린튼과 함께 유진벨 재단을 설립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 의료지원 사업을 펼치고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으로 국내 병원에 앰블런스 체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단 1년 6개월간의 정치 이력만을 가지고 의사로서 걸어온 이런 헌신의 발자취를 덮어버리는 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