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반도 긴장 책임 美에 돌린 中 외교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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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쪽 편을 들지 말고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취지로 말했다. 한반도 긴장의 원인을 거론하면서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대북 적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없이 했다.

중국 외교 수장의 이런 발언은 그냥 흘려들 들을 수 없는 매우 민감한 메시지가 들어있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계속 개발하고 최근까지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해선 일언반구없이 한반도 긴장의 모든 책임을 미국의 정책에 돌렸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을 향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무더기로 발사하며 한반도를 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출국한 지 불과 1시간여 만에 이뤄진 기습적인 도발이란 점에서 사전에 타이밍을 계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 외교부는 정례 브리핑에서 “새로운 논평이 없다”는 식으로 회피했다. 중국은 북한이 무력시위를 벌일 때마다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는 대신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부터는 이마저도 생략한 채 거의 입을 다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정치·외교·군사·경제·과학기술 부문에서 다층적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다. 2018년 무역전쟁 이후 갈수록 더욱 깊은 골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방한 한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을 향해 미국과 가까이하지 말라고 하고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미국 정책에 돌린 건 한반도 문제에 있어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들어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관세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현 정부가 경제 협력의 다변화를 꾀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를 포함해 우리의 안보 문제를 중국, 러시아 등에 기대 해결하려 한다면 이는 헛된 망상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떠받치고 있는 건 핵심축은 한미동맹이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침묵하며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중국, 러시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이 가까워지는 걸 중국이 불편해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들의 한반도 영향력과 전략적 공간이 줄어든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국과 경제 협력은 하되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