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언론협회가 20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회 종교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종교 관련 국가 보조금 지원의 문제점과 정책 대안을 논의했다.
이날 김재성 소장(바른기독교바른정치연구소)과 장헌일 박사(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가 각각 주제발표를 맡았다. 두 발표자는 종교 관련 국가 재정 지원이 정교분리 원칙과 공공성, 종교 간 형평성 측면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도, 단순히 종교별 지원액의 균등 배분을 요구하기보다 공공성을 중심으로 지원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단순한 종교별 지원액 비교에서 벗어나야”
김재성 소장은 ‘종교 관련 국가유산 보조금 지원에 대한 이해와 대응’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현재의 종교 관련 보조금 정책을 둘러싼 비판과 함께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반론을 함께 제시했다.
김 소장은 “국가의 종교행정은 종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집중해야 하며, 현재의 보조금 중심 종교정책은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고 종교와 정치의 부적절한 유착을 초래한다”는 기존 비판을 소개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예산이 1999년 약 27억 원에서 2026년 1,043억6,000만 원으로 증가한 점과 2026년 종무실 예산 가운데 개별 종교 대상 예산 비중이 95.7%에 이른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불교 관련 예산은 81.9%, 천주교 6.6%, 개신교 4.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소장은 종교 관련 국가유산 보조금을 모두 정교분리 원칙 위반으로 규정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통사찰 국고보조금은 헌법 제9조의 문화국가원리에 따른 문화유산 보호정책”이라는 논리가 가능하다며, 국가가 특정 종교의 포교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것이라면 정교분리 원칙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반론을 소개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전통사찰의 문화유산 보존 지원에 대해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는 경우 합헌으로 판단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이에 따라 기독교계의 대응 방향도 단순한 종교별 지원액 비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왜 저 종교만 지원하느냐”는 비판보다는 “왜 어떤 종교의 문화자산은 제도적으로 축적되고, 어떤 종교의 역사자산은 그렇지 못한지를 묻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범교단 차원의 협의체와 실행기구를 상설화하고, 선교 유적과 근대교회 건축물, 순교지, 교육·의료·선교 관련 시설 등을 체계적으로 조사해 국가유산 지정과 등록, 세계유산 등재까지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보조금의 배분 기준과 심사 과정, 사후 정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종교 관련 예산을 비교할 수 있는 예산 백서를 매년 발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균등 배분”이나 “보조금 전면 폐지 또는 축소”보다 “국민 세금은 특정 종교의 선교·확장 목적이 아니라 공적 가치가 검증된 문화유산 보존에 쓰여야 한다”는 원칙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종교단체 자체 지원보다 사업 공공성 기준으로”
이어 장헌일 박사는 ‘한국 종교지원정책에 대한 문제점 및 정책 대안’ 발표에서 종교지원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정교분리 원칙의 실질적 훼손 △종교 간 예산 배분의 불균형과 형평성 상실 △종교의 자율성 및 예언자적 기능 저해 △공공 재정 집행의 투명성과 정당성 부족 등 네 가지로 제시했다.
장 박사는 “헌법상의 원칙은 유명무실해지고, 정치와 종교의 공생적 ‘매표 행정’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제기하면서, 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종교단체 사이에서 국가 재정이 매개가 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특히 종교시설 건립이나 행사 지원 등이 특정 종교의 자산 형성과 포교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경우 정교분리 원칙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종교의 국가 재정 의존 문제도 지적했다. 장 박사는 종교사회학자들의 논의를 인용해 정부 보조금이 종교단체의 자립과 쇄신보다 국가 예산 확보에 집중하게 만드는 ‘보조금 중독(Subsidy Addiction)’ 현상을 설명했다. 그는 “정부 재정에 길들여진 종교는 비판과 자정 능력을 잃는다”고 지적하며, 국가 재정에 의존하는 종교단체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이나 권력의 문제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박사는 해외 사례를 들어 한국의 종교지원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프랑스의 엄격한 정교분리, 미국의 종교 중립성을 전제로 한 공익사업 참여, 독일의 국가와 종교 간 협력 모델을 비교하면서, 한국 역시 종교단체 자체를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의 공공성을 기준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는 종교 관련 지원 기준을 일반 공공정책 기준으로 일원화하고, 문화유산은 종교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유산 보존 기준에 따라 관리하며, 사회복지·관광 사업은 일반 민간단체와 동일한 경쟁과 평가 기준을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종교 관련 보조금의 지원 내역과 집행 과정, 정산 결과를 공개하고 사업 종료 후 성과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종교정책, 헌법적 가치와 공공·형평성 원칙 속에서”
한편, 발표에 앞서 주요 참석자들의 축사 및 격려사 등이 있었다. 한국기독언론협회 지도목사인 정성진 목사는 서면 격려사에서 “종교와 국가의 관계는 단순히 어느 종교가 얼마의 예산을 지원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며 “국가의 지원은 어떤 공공적 가치와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그리고 종교는 국가와 어떤 건강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함께 묻는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정 목사는 “오늘의 심포지엄이 한국교회와 우리 사회에 더 공정하고 건강한 종교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정찬수 목사(한국교회총연합 법인사무총장)는 축사에서 “한국교회는 중요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특히 교회가 자유롭게 그 자치를 실현하고 사회의 공공성에 기여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며 “한국교회가 마주한 종교 정책과 제도의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고 교회와 정부, 국회와 사회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자리가 비로소 마련된 것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홍호수 목사(케일럽포럼 대표)는 “이 혼탁한 시대에 기독언론의 역할이 많이 필요하다. 국민들을 깨우고 교회에 바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목소리를 크게 내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도형 종무실장은 서면 축사에서 “학계, 언론계, 종교계가 한자리에 모여 종무행정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이번 공론의 장은, 보다 발전적인 종교 정책을 수립하는 데 귀중한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기독언론협회 노곤채 회장은 “정부의 종교정책은 특정 종교에 대한 지원이나 배제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와 공공성, 그리고 형평성의 원칙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대한민국 종교정책의 공공성과 형평성을 한 단계 높이는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