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축제에서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해 교단으로부터 출교 처분을 받은 목사를 법원이 무효화한 재판 결과의 파장이 교단 내부로 번지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남부연회 재판부의 남재영 목사에 대한 출교 처분이 1심 법원에 의해 무효화됐음에도 항소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교단 소속의 7개 단체가 해당 연회 감독에게 항의하며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나선 거다.
감리교회동성애대책통합위원회 등 교단 내 7개 단체는 지난 25일 대전시 소재 남부연회 본부 앞에서 ‘남부연회 감독 항소 포기 규탄 기도회 및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남 목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무효 판결을 내린 뒤, 해당 사건의 당사자인 남부연회가 이에 항소하지 않기로 한 데 따른 집단적인 반발 표출이다.
이들이 단단히 화가 난 이유는 교단이 동성애 축복식을 이유로 출교시킨 목사를 법원이 무효화시킨 한 판결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이걸 바로 잡을 노력을 해야 할 연회 감독이 후속 조치를 하지 않은 책임론에 있다. 이에 대해 한 목사는 항소 기한 전 남부연회 감독을 만나 “변호사도, 재판 비용도 다 준비되어 있으니 지금 법원 문 닫기 전에 항소하겠다는 전화 한 통만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시간을 끌며 끝내 항소를 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단 법을 어기고 동성애를 옹호한 목사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에 소속 연회가 항소를 포기한 건 “단순한 행정적 결정이 아니라 성경적 성 윤리를 수호해야 할 감독의 책무를 포기한 직무유기이며 책임 회피”라는 게 이들 7개 단체가 제기한 문제의 핵심이다. 이들 7개 단체는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항소 포기 결정의 경위와 책임 소재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 △어떠한 절차를 거쳐 항소 포기가 결정되었는지 명백히 밝힐 것 △교리와 장정을 수호할 의지가 있는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할 것 등을 촉구했다.
논란이 된 남 목사는 지난 2019년 인천 퀴어축제에서 성수소자들에게 축복식을 거행한 이동환 목사가 교단 재판에 넘겨지자 이를 비판하며 이 목사 구명운동에 앞장서 왔다. 이 목사의 출교가 확정된 후 ‘우리도 치리해 보라’며 교단 내 일부 목사들과 함께 퀴어축제 축복식에 참여한 게 문제가 돼 소속 연회인 남부연회 재판부가 그의 출교를 결정했던 거다.
그는 1심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교회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성 소수자들에 대한 시민의 권리를 위해 이제 교회가 함께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상식을 사법부가 일깨워 준 것”이라며 교권 재판의 부당성을 항변했다. 또 교회 내 동성애를 비판하는 이들을 겨냥해 “사악한 이념에 오염된 극우세력”이라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1심 법원이 남 목사의 손을 들어준 건 연회 재판 과정에서 반동성애측 위원이 심사위원 5인 중 3인이나 되는 등 공정성의 문제, 즉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데 있다. 다만 이 하자가 교단법을 위배한 것보다 더 중대하다 보기 어려워 얼마든지 항소심에서 다퉈볼 여지가 있는 쟁점이란 점에서 연회 측의 소극적인 대응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감리교 교단 법인 교리와 장정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犯過)로 규정해 치리하게 돼 있다. 이 규정을 사실상 무력화한 법원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교단법에 따른 치리가 무력화되는 모순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쉬 가라앉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