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설교문’은 만들 수 있어도 ‘설교자’는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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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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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근 목사, 한국성서대 세미나서 AI 시대 설교자의 정체성과 본질 강조
한국성서대학교 개교 74주년 기념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국성서대학교가 1일 서울 노원구 교내 갈멜관에서 ‘AI 시대, 설교의 본질을 묻다’라는 주제로 개교 74주년 기념 동문 및 목회자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박태수 교수의 개회기도에 이어 최정권 총장의 환영사, 그리고 네 차례의 강연으로 진행됐다. 최 총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설교 세미나가 늘 같은 자리에 머물며 깊은 영적 갈등을 겪고 있던 이들에게, 익숙한 자아가 무너지고 거부할 수 없는 거대한 신성한 충격을 경험하는 은총의 현장이 되기를 간절하 소망한다”고 전했다.

강연은 김희석 교수(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가 ‘언약신학의 관점에서 본 구약주해 방법론: 시편 88편을 중심으로’, 송태근 목사(삼일교회 담임)가 ‘AI 시대 설교자의 정체성과 사명’, 김지찬 교수(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가 ‘좋은 설교를 하려면 디테일에 승부를 걸라’, 강규성 교수(한국성서대학교 구약학)가 ‘주해와 신학, 그리고 적용 질문의 융합: 하나의 메시지를 세우는 설교 플롯’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특히 현장 목회자로는 유일하게 강연자로 나선 송태근 목사의 강연은 AI 시대 설교의 본질과 설교자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설교의 핵심, 설교문 생산능력 아닌 설교자의 형성”

송 목사는 AI 기술이 성경 본문 분석과 원어 연구, 배경 자료 조사, 설교 구조 작성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하면서도 설교자의 고유한 역할은 여전히 대체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자료를 준비할 수 있다. 설교문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말씀 앞에서 무너진 양심, 한 영혼을 향한 목자의 눈물, 본문 앞에서 오래 머문 사람의 떨림은 만들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교의 핵심은 설교문 생산능력이 아니라 설교자의 형성이기 때문”이라며 “AI 시대에는 설교자의 자리가 가벼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무거워진다”고 했다.

송 목사는 소설가 김애란 작가가 언급한 ‘망설임’의 가치를 소개하며 인간과 AI의 차이를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의 고민과 아픔을 들을 때 말을 삼키고 주저하며 헤아리는 인간의 태도 속에 배려와 품위가 담겨 있다고 소개하며, 이러한 영역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목회자는 설교자이고, 설교자는 신학자”

송 목사는 설교자의 정체성을 설명하면서 “목회자는 본질적으로 설교자다. 그리고 설교자는 신학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서 말하는 신학자는 학문적 직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과 인간과 교회와 시대를 복음의 질서 안에서 분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오늘날 강단의 혼란 원인 중 하나로 신학적 빈곤을 지적하며 “설교자가 신학적 균형을 잃으면 강단은 쉽게 흔들린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복음의 자리가 정치 구호의 자리가 되기도 한다. 이념의 편가름이 들어오기도 한다. 감정 선동이 말씀 선포를 대신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설교자에게는 구속사적 관점과 성경 전체를 보는 관점, 선교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설교자는 좋은 설교를 바라기 전에 바른 설교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좋은 설교는 사람들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바른 설교는 사람들을 그리스도께로 이끈다”고 덧붙였다.

“본문은 책상에서 해석되고 삶의 현장에서 다시 들린다”

설교 준비 과정에 대해서는 본문 연구와 삶의 현장을 함께 강조했다. 송 목사는 빌립보서 2장의 성육신 본문을 설명하며 장애 아동 예배 현장에서 경험한 사례를 소개했다. 아이들의 서툰 몸짓에 교사들이 자신의 속도를 맞추는 모습을 보며 성육신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성육신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설명하는 방식이 아니다. 낮은 자리로 내려가는 방식이다. 상대의 언어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상대의 속도에 맞추는 방식이다. 상대의 몸짓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본문은 먼저 책상 위에서 주석되어야 한다”면서도 “본문은 삶의 현장에서 다시 들린다”고 했다.

그는 “본문 없이 삶으로 가면 설교는 경험담이 된다. 삶을 외면한 본문 해설은 건조한 강의에 머문다”며 “바른 설교는 본문이 삶을 해석하게 하고, 삶의 현장에서 본문이 더 깊이 들리게 하는 긴장 속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또 AI 시대의 설교에 대해 “AI는 자료와 정보를 줄 수 있다. 그러나 본문 안에서 하나님의 표정을 만난 설교자의 떨림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설교자는 본문의 정서를 청중 안에서 울리게 해야”

설교 전달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화술이 아니라 본문의 의미와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영국의 설교자 찰스 스펄전의 견해를 소개하며 “설교에는 음악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음악성은 본문의 리듬을 읽는 능력이다. 본문의 무게를 느끼고 본문의 정서를 붙드는 능력이다. 침묵할 때와 밀어붙일 때를 아는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교자가 본문의 정서와 온도,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며 “설교도 본문의 내용을 전하는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본문의 정서를 읽고 본문의 온도를 느껴야 한다. 본문의 속도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설교자는 본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마음이 청중 안에서 들리게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잘할 수 있을 때, 잘될 때, 잘하고 싶을 때 조심하라”

송 목사는 설교자의 영적 분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설교자는 실패할 때만 위험하지 않다. 오히려 잘할 수 있을 때 위험하다”며 익숙함과 능력이 기도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또 사역이 성공적으로 보일 때에도 하나님의 뜻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설교자는 결과보다 순종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잘하고 싶은 마음”도 경계해야 한다며 “좋은 설교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하나님의 뜻보다 앞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신앙은 기특한 생각을 많이 하는 일이 아니다. 주께서 명하신 일을 하는 것이다”라며 “목회의 모든 여정은 수동태의 자세를 잃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설교자는 길이 아니라 길이신 분을 보게 하는 사람”

송 목사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설교자의 사명을 강조했다. 그는 “AI는 설교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말씀 앞에서 두려워하고, 찔리고, 설득당하고, 다시 순종의 자리로 돌아온 설교자를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설교자는 길이 아니다. 설교자는 길을 설명하는 사람도 아니다. 설교자는 길이신 그리스도 앞으로 청중을 데려가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교가 끝났을 때 청중의 마음에 그리스도가 더 선명해져야 한다”며 “말씀 앞에서 떠는 설교자, 본문 안에서 하나님의 표정을 읽으려는 설교자, 삶의 현장에서 말씀을 다시 배우는 설교자, 자기 능력과 성공과 선한 의도까지 의심하며 주님께 묻는 설교자. AI 시대에 설교자에게 남는 것은 바로 그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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