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여성 신자가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성경과 기독교 서적이 발견된 이후 국가안보 및 반정부 활동과 관련된 혐의로 징역 9년 8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영국에 본부를 둔 종교 자유 감시단체 아티클18(Article18)에 따르면, 가톨릭으로 개종한 가잘 마르즈반(Ghazal Marzban)은 국가 선전 활동 및 국가안보를 해치는 공모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은 최근 유럽연합(European Union)의 제재 대상에 오른 혁명재판소 판사 이만 아프샤리(Iman Afshari)에 의해 내려졌다. 그는 정치범과 기독교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가잘 마르즈반(Ghazal Marzban)은 지난 1월 테헤란 자택에서 다시 체포됐다. 당시 당국은 그의 성경과 여러 기독교 서적을 압수했으며, 구체적인 설명 없이 비밀 장소로 연행했다.
체포 약 두 시간 뒤 그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정보부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다고 알렸으나, 이후 한 달 동안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조사 과정에서 당국은 압수된 성경과 기독교 서적이 전도 활동에 사용됐다는 점을 인정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그는 해당 자료는 개인 신앙생활을 위한 것이며, 기독교인으로서 이를 소지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잘 마르즈반(Ghazal Marzban)은 앞서 2024년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체제 선전 혐의가 인정돼 악명 높은 에빈교도소(Evin Prison)에 두 달간 수감된 바 있다.
그는 7년 전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후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아왔으며,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1월 처음 체포됐다. 이슬람법 전공자인 그는 개종 이후 변호사 시험 응시가 금지됐고, 당국으로부터 사실상 이란을 떠나라는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의 남편 역시 기독교 개종자로, 파킨슨병 치료에 필요한 약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티클18(Article18)의 대표 만수르 보르지(Mansour Borji)는 “이번 판결은 사실상 부부 모두에게 내려진 형벌과 같다”며 “남편은 의료적 돌봄이 필요하지만 아내가 수감되면서 간병이 불가능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번 체포는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으로 수천 명이 사망한 직후 이루어졌다. 아티클18은 당시 최소 22명의 기독교인이 희생됐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특히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들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며 종교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독교인들은 체포와 장기 징역형, 가혹한 처우에 직면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도 이란 기독교인 5명이 기도 모임과 세례, 성경 배포 활동과 관련된 혐의로 총 50년형을 선고받았다. 판결은 테헤란 혁명재판소에서 개정 형법 조항을 적용해 내려졌다.
당시 아볼가셈 살라바티(Abolqasem Salavati) 판사는 피고인 4명에게 각각 징역 10년형을, 다른 1명에게는 징역 8년형을 선고했다. 여성 피고인 1명은 소셜미디어 활동과 관련해 추가로 2년형도 선고받았다.
당국은 이들에게 국가 전복 공모와 반국가 선전 혐의를 적용했으며, 재판 후 수주 동안 판결문 송달을 지연한 뒤 동일 재판부에 단 20일 내 항소하도록 했다.
피고인 중 두 명은 과거 가정교회 활동과 관련해 이미 복역한 경험이 있었으며, 당국은 사건별로 최대 약 25만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보석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여성 수감자는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던 중 수감시설 침상에서 추락해 척추 골절상을 입었으나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복귀했고, 이후 감염 증세까지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문서에는 2010년 당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의 연설 내용도 인용됐다. 해당 연설은 가정교회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압수한 성경과 기독교 서적을 정보부로 보내 조사 자료로 활용했다.
한편 이란에서는 2025년 12월 28일 경제난과 정부 지도부에 대한 분노 속에서 대규모 거리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는 전국 100개 이상의 도시로 확산됐다.
이란 인권운동가 뉴스통신 HRANA(Human Rights Activists News Agency)는 시위 참가자 사망자가 7천 명을 넘는다고 밝혔으며, 이란 정부는 최소 3천 명이 사망했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