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최근 로마에 모여 교회의 삶과 공적 증언의 중심에는 반드시 성경적 복음이 자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치적·문화적·동기부여 중심의 메시지가 복음을 대체하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냈다.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에 따르면, 이탈리아복음주의연맹(Italian Evangelical Alliance, AEI) 연방총회는 지난 5월 16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전역의 목회자와 교단 지도자들을 로마로 초청해 선교, 교회 개척, 복음주의 신학 교육 등을 주제로 보고와 토론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총회 의장 보고를 맡은 지아코모 치코네(Giacomo Ciccone)은 시편 125편을 인용하며 “교회가 복음을 중심에 둘 때 하나님께서 교회를 돌보신다”고 강조했다.
연설자들은 특히 이탈리아 교회 안에서 복음의 본질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엘림교회 대표인 사무엘레 펠레리토(Samuele Pellerito)은 “오늘날 정치적 복음, 문화적 복음, 동기부여식 복음이 설교되고 있다”며 십자가와 회개가 빠진 비(非)그리스도 중심적 복음을 비판했다. 그는 “교회는 성경적 복음이 중심에 있을 때만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리스 마이스터(Doris Meister)는 구약성경에서 요시야 왕 시대에 율법책이 다시 발견된 사건을 언급하며, 오늘날 교회 역시 이미 복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이탈리아 복음주의 교회가 직면한 위험으로 물질적 필요만 다루는 복음, 지나치게 개인주의화된 신앙, 성숙한 신자를 세우는 제자훈련의 부재를 꼽았다.
이날 신학 강연에 나선 피에트로 볼로네지(Pietro Bolognesi)는 시편 11편을 중심으로 복음에 기초한 공공신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 문제에 대한 단순한 해답이나 시민 종교(civil religion)가 아니라 복음 자체에 뿌리내린 신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세상의 기초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통치하고 계신다”며 신자들은 두려움이나 자기 확신보다 하나님의 주권을 먼저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총회에서는 지난해 공식 출범한 이탈리아 복음주의 신학교육기관 포럼(FEFTI)의 활동 현황도 소개됐다. 현재 5개 기관이 참여 중인 이 포럼은 복음주의 성경학교와 신학교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발표를 맡은 주세페 리자(Giuseppe Rizza)는 “신학 교육은 건강한 교회 성장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포럼은 오는 9월 28일 신학자 J. I. 패커(Packer)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교리교육 사역을 조명하는 공동 웨비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이탈리아 복음주의 연맹(Italian Evangelical Alliance)는 지난해 다양한 공적 활동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2025년 2월 이탈리아 상원에서 열린 종교 자유 컨퍼런스와 공립학교의 가톨릭 희년 행사 참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서한 등이 포함됐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두 명의 어머니’ 인정 판결 이후 입장을 발표했으며, 편향적 언론 보도를 받았다고 주장한 이탈리아 하나님의성회와 연대 의사를 표명했다.
총회 마지막 순서에서는 교회 개척과 도시 선교를 주제로 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이는 최근 이탈리아어로 번역 출간된 센터처치(Center Church)의 영향 속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복음주의 교회들 사이에 경쟁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아베르사 지역 목회자인 미켈레 파사레티(Michele Passaretti)는 교회들이 서로 협력자가 아닌 경쟁자로 인식하는 현상을 “교회적 카니발리즘”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했다.
또 다른 참석자들은 지역주의적 사고가 복음주의 교회 안에도 스며들고 있으며, 새로운 교회 개척이 선교적 비전보다 분열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총회 전반을 관통한 핵심 메시지는 ‘다리를 놓는 교회’였다. 연설자들은 건강한 협력을 위해서는 교회들이 지역사회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각 지역의 영적 필요와 문화적 현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경쟁이 아닌 공동의 선교 사명을 향한 연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