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남부 게레로주에서 개신교 선교 활동을 하던 79세 선교사가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된 뒤 6주 넘게 실종 상태에 있는 가운데, 한 기독교 인권단체가 멕시코 당국에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영국에 본부를 둔 기독교 인권단체 세계기독연대(CSW)는 멕시코 연방 및 주 정부 당국에 베니토 게바라 아르코스(Benito Guevara Arcos)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할 것을 요구했다.
아르코스는 지난 3월 31일(이하 현지시간) 게레로주 칠판싱고 데 로스 브라보스(Chilpancingo de los Bravos) 시 산 비센테(San Vicente) 지역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아르코스는 인근 오코티토(Ocotito) 마을에서 산 비센테로 이동해 설교와 성경 배포 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지 개신교 신자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자 함께 있던 신자가 그를 찾아 나섰다.
주민들은 무장한 남성들이 선교 활동에 반발하며 아르코스를 차량에 강제로 태워 데려갔다고 증언했다. 이후 해당 신자는 조직범죄 집단이 아르코스를 억류하고 있으며, 당시 그가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음에도 신원 확인을 이유로 붙잡고 있다고 전했다고 CSW는 밝혔다.
납치 며칠 뒤 범죄 조직은 4월 4일 산 비센테에서 약 32km 떨어진 아모힐레카(Amojileca) 마을에서 아르코스를 풀어줬다고 주장하며 가족에게 데려가라고 연락했다. 그러나 현지 기독교인들이 차량을 이용해 유일한 도로를 따라 수색에 나섰지만 아르코스를 발견하지 못했다.
가족들은 아르코스가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귀가할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을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가족은 지난 4월 13일 게레로주 실종자국가수색위원회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으며, 전단지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경찰 보호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CSW는 지역 언론의 광범위한 보도와 아르코스가 지역사회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었음에도 그의 행방이나 생사에 대한 확인된 정보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가족들은 범죄 조직의 보복을 우려해 게레로주 검찰청에는 정식 고소를 하지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애나 리 스탕글(Anna Lee Stangl) CSW 옹호국장 겸 미주 담당 책임자는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가진 이들의 제보를 촉구했다. 그는 또 멕시코 정부가 조직범죄 단속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범죄 조직이 종교 지도자와 인권운동가들에게 특별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멕시코 전역에서 강제실종 사건이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발생했다. 미주기구(OAS) 산하 자치기구인 IACHR(Inter-American Commission on Human Right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간 멕시코 내 실종 사건이 20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가 기관이 직접 연루되거나 조직범죄 집단의 활동을 묵인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박해 감시단체 글로벌 크리스천 릴리프(Global Christian Relief)에 따르면, 멕시코는 2023년 말부터 2025년 사이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와 폭행 사건이 가장 많이 확인된 국가로 기록됐다. 이 기간 총 376건의 사건이 보고됐다.
이 단체는 마약 카르텔이 반(反)마약 운동과 청소년 선교 활동을 자신들의 통제력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해 목회자와 기독교 공동체 활동가들을 자주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 역시 멕시코 전역에서 범죄 조직이 활동하며 특히 교회 지도자와 지역사회 사역자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원주민 지역에서는 기존 전통 신앙을 떠난 기독교인들이 벌금, 폭행, 구금, 강제이주 등의 박해를 겪고 있지만 당국의 보호와 책임 추궁은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르코스가 실종된 게레로주는 멕시코 내에서도 폭력 범죄가 심각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오랜 기간 조직범죄 세력의 근거지 역할을 해왔다. 현지 카르텔들은 지역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며, 자신들의 활동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는 종교 활동이나 지역사회 사역을 하는 이들을 표적으로 삼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