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동안 외국인은 한 주에만 5조 9700억 원을 순매도했다. 그러나 외국인 보유 시총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모순처럼 보이는 두 흐름을 외신은 어떻게 해석했나.
코스피 7822.20 시대를 만든 것은 강세 베팅뿐이 아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매도 우위를 유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5월 4~8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만 약 5조 9700억 원을 순매도했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는 13.63% 급등했다. 11일 당일에도 외국인은 약 3660억 원 순매도였다. 본지가 WSJ·Nikkei·Bloomberg 등 외신 5월 보도와 한국거래소·한국은행 1차 데이터를 직접 확인한 결과, 외인 흐름과 지수 흐름이 따로 움직이는 이 모순은 향후 12개월 변동성의 핵심 변수다.
코스피가 사상 첫 7000선을 넘어 7,384.56에 마감한 6일 오후 하나은행 딜링룸 직원 세리머니. 사진=뉴시스 / 홍효식 기자
WSJ — "외인, 한 주 5.97조 차익실현 본격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월 둘째 주에 송고한 한국 증시 기사는 외국인 차익실현에 초점을 맞췄다. WSJ는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인용해 "외국인 투자자가 5월 첫 주에만 약 5조 9700억 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했고, 그중 SK하이닉스 한 종목에 매도세가 2조 3900억 원 집중됐다"고 전했다. WSJ가 정리한 외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 SK하이닉스(2조 3900억 원)·삼성전자 우선주(1조 600억 원)·삼성전자(1조 400억 원)·SK스퀘어(9488억 원)·LS C&S(3848억 원) 순이다. 한국거래소는 "외국인이 단기 급등한 종목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차익실현 매도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기간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6년 만에 최고치를 다시 경신했다는 사실이다. 매도가 가격 상승보다 작았기 때문이다. WSJ는 "외인 비중이 코스피 시총에서 다시 36%대를 넘기면 매도 압력이 재차 거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 차익실현이 구조적 비중 축소로 이어질지를 가르는 임계점이 36%대라는 지적이다. Nikkei도 같은 결을 짚는다. "지난주 외인이 차익실현을 했음에도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개인과 기관 자금이 빈자리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인 비중 축소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글로벌 인덱스 편입 비중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빈자리를 받아낸 두 손 — 개인 4.6조·기관 1.87조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보면 외국인 매도는 개인과 기관이 받아냈다. 5월 4~8일 한 주 동안 개인은 코스피에서 4조 6000억 원, 기관은 1조 8700억 원을 순매수했다. 11일 하루 기준으로 개인 3조 1046억 원, 기관 8248억 원 순매수가 외국인 순매도 약 3660억 원을 압도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5월 7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136조 99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돈이 이미 시장에 들어와 있고, 외국인이 빠져도 빈자리는 메워진다'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 투자자별 매매 | 지난주(5/4~8) | 5월 11일 | 참고 지표 |
|---|---|---|---|
| 외국인 | -5조 9700억(순매도) | -3,660억(순매도) | 보유 시총 6년 최고 |
| 개인 | +4조 6000억(순매수) | +3조 1046억(순매수) | 예탁금 136.99조 최고 |
| 기관 | +1조 8700억(순매수) | +8,248억(순매수) | 대차잔고 180.63조 |
다만 빈자리를 채우는 자금이 모두 건강한 자본은 아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코스피 신용공여 잔고는 4월 29일 36조 7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5월 7일 35조 5100억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신용잔고는 개인이 증권사에서 빚을 내 산 주식의 잔액이다. 같은 시점 대차잔고는 5월 6일 처음으로 180조 6300억 원을 넘었다. 기관 투자자가 공매도용으로 빌려놓은 주식의 잔액이다. '추가 상승 베팅'과 '하락 베팅'이 동시에 사상 최대로 쌓여 있다는 의미다.
외신이 짚은 3대 매크로 변수
① 미국 4월 CPI(5월 12일 밤) — 외신 공통의 가장 큰 단기 변수다. 시장 컨센서스는 근원 CPI 전년 동월 대비 2.7%. 2.5% 이하로 나오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며 코스피 8000 돌파 확률이 올라간다. 3% 이상이면 9월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며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
② 미·이란 협상과 호르무즈해협 — 5월 초 미·이란 핵협상이 다시 난기류에 빠졌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 해상 루트로 수입한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유가 급등·환율 상승·기업 마진 압박이 동시에 발생한다. Nikkei는 "한국이 원유·LNG·반도체 소재 상당량을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만큼, 호르무즈가 다시 닫히면 한국 기업 마진에 직접적 영향이 있다"고 짚었다.
③ 원·달러 환율 — 11일 환율은 1,472.4원에 마감했다. 시가 1,466.0원에서 오후 들어 약간 상승했다. 환율이 1,450~1,500원 박스권을 유지하면 수출 기업 마진이 안정되고 외인 순매수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1,500원을 넘기면 외국인 환차손 우려로 코스피 매도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정부·통화당국의 시각
외신 보도와 별개로 한국 정부는 현재 흐름을 '거품(bubble)'이 아닌 '리레이팅(re-rating)'으로 본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코스피 강세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라는 실물 펀더멘털에 기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행도 5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서 "주가 상승이 자산효과를 통해 소비를 일부 자극할 가능성은 있으나, 가계 부채 확대 속도와 신용 잔고 추이를 함께 살피겠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실물에 기반한 상승'으로 보면서도, 신용잔고 사상 최고치라는 신호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FAQ — 외인 자금, 이렇게 읽으면 된다
Q1. 외국인이 6조 원을 팔았는데 지수가 오르는 게 정상인가?
A. 같은 기간 개인 4조 6000억, 기관 1조 8700억 원 순매수가 빈자리를 메웠다. 예탁금이 사상 최고치(136.99조)인 만큼 수급 공백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외국인 비중 축소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글로벌 인덱스 편입 비중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Q2. 신용잔고 사상 최고치는 위험 신호인가?
A. 신용잔고 36조 700억 원(4/29)은 시장 과열의 일면을 보여준다. 5월 7일 35조 5100억 원으로 소폭 감소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단기 조정 시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Q3. 외신이 가장 위험하다고 본 변수는?
A. 단기적으로는 5월 12일 밤 미국 4월 CPI, 중기적으로는 미·이란 협상과 호르무즈해협, 장기적으로는 메모리 가격 사이클 변곡점이다. 셋 중 하나라도 컨센서스를 크게 벗어나면 단기 변동성이 즉시 확대될 수 있다.
- 외인 한 주 — 코스피 -5조 9700억(순매도), SK하이닉스에만 2.39조 집중.
- 개인·기관 — 한 주 +6.47조 순매수, 예탁금 136.99조 최고.
- 외인 비중 — 6년 최고 갱신, WSJ "36% 넘으면 매도 압력 재차 거세질 수 있다".
- 신용·대차잔고 — 신용 36.07조(4/29 최고), 대차 180.63조(5/6 첫 돌파).
- 매크로 3변수 — 5/12 미국 CPI(2.7%), 미·이란 협상, 환율 1450~1500원 박스권.
- 정부 시각 — 거품 아닌 펀더멘털, 단 신용잔고에는 거리 유지.
※ 외신 시리즈 1편 〈9000·10000 목표가의 근거 해부〉와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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