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알고리즘이 인간의 삶과 신앙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한 디지털 전환기,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신학적 나침반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한호 박사)는 지난 9일 경기도 광주 소재 서울장신대학교 밀알관에서 ‘알고리즘에 함몰된 시대와 실천신학적 비전’을 주제로 제100회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기술 만능주의가 가져온 인간성 소외와 신앙적 왜곡 현상을 진단하고, 실천신학적 관점에서 교회의 본질적 사명을 재정립하기 위해 기획됐다.
기조강연에 나선 위형윤 박사(안양대 명예교수)는 ‘한국 실천신학의 형성과정과 한국교회 현상: 교회의 알고리즘 한계와 극복 방안’을 주제로 포문을 열었다. 위 박사는 알고리즘 사회가 지닌 폐쇄성과 확증 편향의 한계를 지적하며, 교회가 기술적 효율성에 매몰되기보다 이를 영성으로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먼저 디지털 환경과 중독 문제를 다룬 배정호 박사(순복음대학원대학교)는 알고리즘의 심리적 기제가 어떻게 중독 위험성을 높이는지 경고했다. 배 박사는 사용자의 취향을 파고드는 기술적 장치가 영적 황폐화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 조성의 시급성을 제언했다.
태은영 박사(한세대학교)는 ‘플랫폼 사회와 욕망’이라는 주제를 통해 알고리즘이 인간의 내면을 어떻게 왜곡하는지 고찰했다. 특히 아우구스티누스의 관점을 빌려 플랫폼 알고리즘이 인간의 본연적 욕망을 전도시킨 과정을 추적하며, 데이터 권력에 잠식된 현대인의 영성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어 참석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 교계의 화두인 생성형 AI와 설교 사역에 대한 논의도 심도 있게 진행됐다. 윤성민 박사(강남대학교)는 AI를 활용한 설교 작성이 지닌 신학적 방법론을 검토하는 한편, 기계에 의존한 메시지 선포가 가져올 수 있는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을 경계했다. 윤 박사는 기술 활용의 편의성 너머에 존재하는 목회적 경계선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경헌 박사(총신대학교)는 세대와 교육의 측면에서 신앙 형성의 위기를 진단했다. 오 박사는 알고리즘 특유의 ‘즉각성’이 현대인의 내재적 틀을 공고화해 깊은 영적 성찰을 방해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찰스 테일러의 이론을 근거로 기술 중심 사회가 초래한 신앙 전수의 단절 가능성을 비판하며 교육신학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 외에도 디아코니아적 관점에서의 한반도 통일 논의(엄상현 박사), 에티 힐레줌의 영적 여정(조한상 박사) 등 알고리즘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신앙의 본질적 가치를 탐구하는 시간들이 이어졌다.
학회 측은 이번 학술대회가 단순히 기술 도입의 가부를 묻는 차원을 넘어, 알고리즘이 인간 관계와 신앙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대회는 조성돈(실천신대), 이승진(합신대), 임석재(구세군대)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좌장과 논찬으로 참여해 학문적 완성도를 높였다.
김한호 회장은 “알고리즘 중심의 사회구조는 인간의 판단을 편향되게 만들 위험이 크다”고 우려하며, “이번 대회는 교회가 기술의 한계를 직시하고 공동체의 본질과 신앙의 가치를 회복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역사적인 100회째를 맞이한 한국실천신학회는 이번 대회를 통해 급변하는 시대적 파고 속에서 한국교회가 당면한 목회적 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며, 70여 명에 달하는 발표자와 논찬자의 학문적 성과를 집대성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학회는 연구윤리 교육과 폐회를 끝으로 기술 사회 속 교회의 길을 묻는 대장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