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주민에게 외부 정보는 “통로이자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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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미 하원의원이 주관한 ‘북한자유포럼’에서 탈북민들이 북한의 강제노동·인신매매·외부 정보 차단·강제북송 문제 등에 대해 증언했다. 이들은 “북한 주민을 북한의 변화와 자유 통일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미국 의회와 국제사회에 북한 내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과 강제북송 중단 압박, 외부 정보 유입 지원을 호소했다.

북한 청년 돌격대 출신의 이재희 씨는 북한 청년, 특히 여성들이 겪는 강제노동과 인권 침해에 대해 증언했다. 이 씨는 고난의 행군 시기 뒤 생존을 위해 들어간 청년 돌격대에서 성희롱, 추행에 노출됐다라며 강제노동과 착취의 현장을 고발했다.

유치원 교사 출신의 김가영 씨는 북한의 세뇌 교육과 장마당 세대의 변화를 증언했다. 김 씨는 “북한의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도자에게 충성하도록 길러진다”며 자신도 외부 정보를 접하며 자유와 인권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자신이 속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통로이자, 희망”이라고 했다.

2025년 7월 비무장지대(DMZ)를 통해 대한민국에 입국한 양일철 씨는 코로나 이후 북한 내부의 통제와 생존 기반 붕괴를 설명했다. 그는 2024년 압록강을 건너 탈북을 시도하다 붙잡혀 강동 4교소에 수감됐던 경험을 전하며 북한을 “하나의 거대한 교도소”에 비유했다.

양 씨는 특히 자신이 탈북하게 된 동기가 대북 방송을 듣고 실상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8~2019년 우연한 계기에 라디오로 대북방송 듣게 되면서 김씨 정권이 무서운 사기꾼이란 걸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2018년에 탈북한 이재희 씨도 대북방송과 한국 드라마를 접한 후 자신이 “개보다도 못한 인생을 살았다”는 걸 깨닫고 탈북을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탈북민들의 증언을 종합할 때 북한 당국이 왜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총살형에 처하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외부 정보를 접한 후 김씨 일가의 사기행각이 드러날까 봐, 진실을 알게 된 주민들이 집단적인 저항을 일으킬까 봐 두려운 거다.

그런데 이처럼 북한 주민들이 눈과 귀가 돼주던 대북방송을 현 정부가 완전히 꺼버렸다. 지난 50년간 그 어느 진보 정권에서도 중단하지 않았던 대북 라디오·TV 방송을 모두 없애버리고 나서 이재명 대통령은 “인터넷 뒤지면 다 나오는데”라고 했다.

북한 주민이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처지라면 굳이 대북방송이 필요치 않을 될 것이다. 단파 방송이 아니라도 외부 정보를 접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북한은 주민이 인터넷을 마음대로 쓸 수 없는 지구상에 몇 안 되는 나라다. 그러니 몰래 대북방송 라디오를 듣다 탈북을 결행했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는 거다.

문제는 정부가 대북 확성기를 철거한 데 이어 대북 전단지 살포까지 금지했다는 점이다. 거기다 대북방송까지 꺼버렸으니 북한 주민을 다시 암흑세계 속에 몰아넣은 거나 마찬가지다.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면서까지 북한 당국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목적이 무엇이든 북한 주민을 고립시키는 대북정책으론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없을뿐더러 매번 북에 끌려다니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걸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