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0년 앞둔 작품, 다시 스크린에 오르다
‘Knockin' On’ 주제 아래 장·단 총 31편 상영
‘샤이 크리스천’들에게 신앙 재발견 장 제공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은 기독교적 주제인 죄와 구원을 인간 감정의 균열 속에서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교회가 제시하는 ‘용서’와 ‘구원’의 언어가 실제 삶에서는 어떻게 충돌하고 비껴가는지를 집요하게 포착해 기독교계에 커다른 물음을 던졌다.
영화 속 가해자가 “이미 신의 용서를 받았다”고 고백하는 순간, 은혜 중심의 구원 교리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또 다른 단절과 혼란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제기하며, “신앙이 인간의 고통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위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이처럼 기독교인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 영화 ‘밀양’이 기독교 영화제인 ‘서울국제사랑영화제’를 통해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만난다. 이 영화가 개봉한 지난 2007년 이후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과연 교회는 ‘밀양’이 던진 도전적 질문에 답을 할 준비가 되었을까?
제23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오는 5월 19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ECC 영산극장과 신촌 필름포럼에서 ‘Knockin' On’이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그동안 매년 가을에 열렸지만 올해는 봄으로 시간을 옮겼다. 이에 대해 배혜화 영화제 조직위원장은 4월 30일 필름포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봄처럼 축제 같은 영화제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이번에 ‘인간, 죄와 구원’이라는 주제로 ‘한국 영화 특별전’을 마련해 영화 ‘밀양’을 상영한다. 한국 영화의 걸작들을 신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인간의 죄와 구원을 기독교적 시선으로 깊이 있게 해석해보기 위한 특별전이다.
영화제 측은 ‘밀양’에 대해 “이 영화는 정답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언어들을 하나씩 무너뜨린다”며 “죄와 구원, 용서와 믿음은 설명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끝내 감당해야 하는 상태로 남는다. 그래서 ‘밀양’은 보고 난 뒤가 더 길다. 이해하기보다, 계속 붙잡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한국 영화 특별전’에선 ‘밀양’ 외에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와 박찬욱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이 상영될 예정이다.
한편, 올해 서울국제사랑영화제에선 총 31편(장편 23편, 단편 8편)이 선보인다. 영화제 주제인 ‘Knockin' On’은 신약성경 마태복음 7장 7절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신앙과 삶의 갈등 속에서도 끊임없이 소통하고, 찾고, 두드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기 위해 정한 것이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는 이른바 ‘샤이 크리스천’을 주요 대상으로 해 진행된다.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문화적 이유에서 이를 대외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2030 세대가 이번 영화제를 통해 그들의 신앙을 재발견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무영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기독교를 테마로 한 작은 영화제라 상영할 수 있는 영화의 범위가 좁긴 하지만, 세상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영화들을 엄선해 소개한다”고 했다.
이어 “샤이 크리스천들이 다시 적극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손길을 내미는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새로 집행위원장을 맡게 된 배우 윤유선 씨는 “좋은 영화들이 더 많아져서 세상에 사랑이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에 이번 영화제에 참여하게 됐다”며 “상업 영화들에 피곤함을 느끼는 관객들도 많은 것 같다. 이번 영화제가 따뜻한 영화들을 만드는 데 작은 날갯짓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영화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가수 겸 뮤지컬 배우 배다해 씨는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 서울국제사랑영화제의 비전에 공감해서 함께하게 되었다”며 “부디 이번 영화제가 샤이 크리스천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