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교계가 사실상 ‘종교법인해산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교계 인사들과 법안 발의 의원들 간의 잇따른 회동 결과가 주목된다. 종교법인해산법반대대책위원회(이하 종반위) 박한수·이태희 목사, 지영준 변호사 등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최혁진 의원과 공동 발의자인 염태영·김준혁 의원(더불어민주당) 등과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종반위 소속 인사들은 한국교회가 이 개정안을 왜 ‘종교법인해산법’ 더 나아가 ‘교회 해산법’이란 별칭으로 부르는지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개정안이 지닌 심각한 문제점은 규제 대상으로 삼는 기준의 모호성이다. ‘조직적·반복적 정치활동 개입’을 규제한다고 했는데 그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어 한국교회 교단과 연합기관 등이 통상적으로 하는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 발표도 얼마든지 규제 범주에 들 수 있다.
모호한 기준에 비해 이를 처벌하는 주무관청의 권한이 과도하게 큰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영장 없이 교회 사무소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것과 행정기관이 법인 해산을 단독 결정하도록 한 것 등은 영장주의 위반과 더 나아가 삼권분립을 훼손할 소지가 있다는 게 교계의 판단이다.
종반위에 앞서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도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최혁진 의원과 간담회를 갖고 같은 내용의 우려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최혁진 의원은 “개정안은 민법상 비영리 법인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비법인 사단인 일반 교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종교의 자유와 종교인 개개인의 정치 활동을 일체 제약하지 않으며, 이를 ‘종교해산법’으로 보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교회법학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성명을 보면 이게 교계의 단순한 오해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법학회는 이 개정안이 사이비 종교의 비리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실은 “행정관청이 정통 종교단체의 내부 영역까지 자의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라며 개정안에 담긴 ‘독소조항’에 대해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개정안 발의 의원들은 이 개정안이 현재 민법의 모호한 해산 조항을 구체화해 행정의 과도한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려는 취지라며 일반 교회에는 해당이 안 된다는 식의 매번 똑같은 해명만 늘어놓고 있다. 하지만, 모호한 기준을 가지고 종교법인을 규제하고 해산까지 하겠다면서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려는 취지라고 하는 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궤변에 가깝다.
특히 해산된 종교법인의 잔여 재산을 일률적으로 국고에 귀속하도록 한 규정은 헌법상 사유재산권 보호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거나 다름없다. 성도들의 자발적 헌금으로 조성된 총유재산은 법인이 해산되더라도 피해 신도들의 보상에 우선 사용되는 것인데 국가가 무슨 권리로 종교재산을 귀속하겠다는 건지 법 논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