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정보다 하나님의 손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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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욱 교수(아신대 설교학)
신성욱 교수

야곱은 형 에서와 아버지 이삭을 속인 뒤 도망자가 되어 외삼촌 라반이 살고 있는 하란으로 갔다. 라반에게는 두 딸이 있었는데, 큰딸은 레아, 작은딸은 라헬이었다. 야곱은 라헬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녀를 아내로 달라고 하며 7년 동안 일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보수도 받지 않은 채 7년을 성실히 일했다. 성경은 그가 라헬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7년이 “며칠 같이 여겨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혼식 날 밤, 라반은 속임수를 썼다. 얼굴을 베일로 가린 신부로 레아를 들여보냈고, 야곱은 이를 알아보지 못한 채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야곱이 항의하자 라반은 “이곳에서는 언니보다 동생을 먼저 결혼시키는 법이 없다”고 변명했다. 그리고 일주일간의 결혼 잔치가 끝나면 라헬도 주겠지만, 대신 7년을 더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야곱은 레아와 결혼한 뒤 일주일 후 라헬과도 결혼하고, 다시 7년 동안 라반을 위해 일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야곱이 레아와 결혼한 뒤 7년이 지난 후 라헬과 결혼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성경을 보면 그렇지 않다. 창세기 29:27~30에 따르면 레아와 결혼한 뒤 일주일 후 라헬과 결혼하고, 그 대가로 7년을 더 봉사한 것이다.

성경은 분명히 말한다. “야곱이 라헬을 레아보다 더 사랑하였더라”(창 29:30). 이 말은 레아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는지를 보여 준다. 남편의 사랑이 동생에게 쏠려 있는 상황에서 레아의 마음은 깊은 상처와 고통 속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바로 그 지점에서 하나님의 마음을 보여 준다. “여호와께서 레아가 사랑받지 못함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여셨다”(창 29:31).

사람들에게는 사랑받지 못했던 레아를 하나님은 보셨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녀의 눈물과 상처를 하나님은 외면하지 않으셨다. 레아는 아들을 낳으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첫째 르우벤을 낳았을 때는 “여호와께서 나의 괴로움을 보셨다”라고 말했다. 둘째 시므온을 낳았을 때는 “여호와께서 내가 사랑받지 못함을 들으셨다”라고 고백했다.

그녀는 여전히 남편의 사랑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 번째 아들이 태어났을 때 그녀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는 그 아이의 이름을 유다라고 지으며 말했다. “이제는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창 29:35).

처음에는 남편의 사랑을 갈망했지만, 점점 하나님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레아가 낳은 유다 지파에서 이스라엘의 왕들이 나오고, 그 계보에서 ‘다윗’이 태어난다. 더 나아가 수 세기 후 그 가문에서 인류의 구주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다. 아이러니하게도 메시아는 야곱이 사랑했던 라헬의 계보가 아니라, 사랑받지 못했던 레아의 계보에서 나오게 된다.

이 이야기는 중요한 진리를 보여 준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서 하나님께도 버림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종종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을 통해 위대한 일을 이루신다.

레아의 삶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람의 인정보다 하나님의 시선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라고.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자리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보고 계신다. 그리고 하나님이 쓰시는 인생은 언제나 예상 밖의 자리에서 시작된다.

레아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그 같은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고 살자. 사람의 인정보다 하나님의 위대한 손길에 사로잡히기만을 바라며 지금부터라도 힘과 용기를 가지고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되면 좋겠다.

#신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