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세계 성서번역사 잇는 귀중한 유산”

박종순 목사, 대한성서공회에 19세기·20세기 희귀 성경 고본 2권 기증

희귀 고본을 기증한 박종순 목사(가운데). 박 목사 왼쪽은 대한성서공회 호재민 총무, 오른쪽은 이두희 총무 ©대한성서공회
대한성서공회는 지난 13일 충신교회 원로 박종순 목사에게 한국 기독교 역사와 세계 성서 번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희귀 고본 2권을 기증받았다고 17일 밝혔다. 기증된 자료는 1921년 발행된 한국어 성경 교재 ‘구약ᄉᆞ긔’와 1850년 발행된 영어 주석 성경 ‘헤이독 성경(Haydock Bible)’이다.

‘구약ᄉᆞ긔’는 평양 장로회신학교에서 활동한 선교사 윌리엄 L. 스왈렌(소안론)이 1910년 집필한 교과서를 1921년 조선예수교장로회와 조선야소교서회가 발행한 판본이다. 이 책은 구약의 주요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해 초기 한국 기독교인들의 성경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됐다. 100여 쪽 분량의 소책자임에도 1980년대까지 신학교 현장에서 활용될 만큼 한국 장로교 신학교육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아래아(ㆍ)’ 표기와 고어체 문장이 그대로 남아 있어 국어학적 연구 자료로서도 가치가 높다.

『구약ᄉᆞ긔』(1921년) 표제지 ©대한성서공회
박종순 목사는 이 책을 시골 교회에서 조사로 섬겼던 부친 고(故) 박화선 조사로부터 물려받았다. 박 목사는 “부친께서는 정식 신학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이 책을 참고해 설교와 사경회를 인도하셨다”며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사역을 위해 책을 구입해 활용하셨던 신앙의 열정이 담긴 유산”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개인이 소장하기보다 더 많은 이들이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판단해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함께 기증된 ‘헤이독 성경’은 라틴어 불가타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 두에-랭스 성경의 주석판으로, 19세기 조지 레오 헤이독의 주석이 더해진 판본이다. 이 성경은 근대 영어 성경 번역 과정에서 형성된 문체와 표현을 보여주는 자료로, 영어 발달사 연구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1611년 제임스왕역 성경에도 영향을 준 계보에 속하는 역사적 텍스트로 평가된다.

『헤이독 성경』(1850년) 표지 ©대한성서공회
박 목사는 해당 성경 역시 지인을 통해 소장하게 된 뒤 “전문기관에서 체계적으로 보존·연구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라 함께 기증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성서공회 호재민 총무는 “이번 기증으로 한국 초기 성서교육과 세계 성서 번역사의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며 “한국교회와 성서학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성서공회는 기증받은 고본을 항온·항습이 유지되는 고본 보관시설에 보존하고, 향후 성서 번역과 교회사 연구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