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완벽하거나 모든 것을 아는 체제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사실, 지금까지 여러 형태의 정부가 시도되었고 또 시도될 것이며. 민주주의는 그중에서 가장 나쁜 형태라고까지 말하지만, 그래도 지금껏 시도된 다른 모든 형태를 제외하면 가장 나은 형태이다.”(윈스턴 처칠)
스웨덴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42개 국가애서 민주주의가 침식되는 경험을 했다. 미국의 프리덤하우스에 의하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국가의 45%만 자유국이라고 한다. 특히 전 세계 민주주의의 질이 18년 연속 하락 중이라고 한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인텔리전스 유닛’에 따르면 세계에서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는 전체의 7%에 불과하며,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한국도 결함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에 포함됐다.
이들 연구기관들은 민주주의 후퇴현상으로 ‣표현의 자유, 언론 및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고 시민사회를 억압하는 자유와 권리의 후퇴 ‣사법부, 언론, 의회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제도적 견제 약화 ‣국민의 의지를 내세워 제도를 경시하는 포플리즘 및 권위주의 리더의 부상 ‣가짜뉴스와 SNS를 활용한 선동과 음모론 확산에 의한 정보 왜곡과 혐오정치 ‣정당단 적대가 심화되고 민주적 공존이 약화되는 정치적 양극화와 타협의 붕괴 ‣제도불신, 정치혐오, 투표율 저하 등으로 나타나는 시민의 냉소 및 참여 저하 ‣권위주의 국가 간 협력의 강화로 귀결된 국제연대 악화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극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극좌파에 대한 비판이 강했는데, 이제는 극우화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한국의 주류 정당에 속한 정치인들 중에서도 극우파와 협력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연세대 복지국가연구센터와 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21%가 극우이며, 그중 스스로 극우라고 인식하는 국민은 9%였다. 극우 비율이 높연 연령대는 70대 이상이 29%, 20대는 28%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극우정서에 기반한 극우정치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보수정당이 극우집단과의 관계를 절연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극우화를 극복한 사례로 서독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서독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나치의 경험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76년 보이스텔스바흐협약을 발표하고 이 합의에 따라 학교에서 역사교과서와 정치교육에서 나치시대와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역사로부터 배우자’는 교육철학을 실행한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주2회 토론을 진행하고, 서로 입장을 바꿔 논쟁을 진행하는 민주시민교육을 한 결과 동독과의 통일 후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선포와 대통령 탄핵과 파면 그리고 구속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는 민주시민교양교육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되었다. 특히 서부지법 폭동사태는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넘어선 폭력과 불법성을 그대로 보여주어 큰 충격을 주었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2024년 10월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 교육감에 취임한 정근식 교육감은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원칙’ 네 가지를 공포했다.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인간에 대한 존엄, 표현의 자유, 자유롭고 민주적인 기본 질서에 대한 존중의 원칙 ‣교육의 정치적 중립 준수와 강압적 주입 금지의 원칙 ‣논쟁성 재현의 원칙 ‣보편성을 기반으로 특수성을 존중하는 역지사지의 원칙 등을 제시하고 공존형 토론수업을 개발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기공협)는 2025년 2월 24일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동사태와 관련 성명서를 발표하고 초등학생 때부터 민주시민교양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공협은 “그동안 자유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것을 마음껏 누려오면서 정작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런 자유민주국가를 발전시켜가야 할 자질을 함양하는 일에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헌법을 유린하고, 헌법정신을 무력화시키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세계 속에 웅비하는 국가를 만들어가려면 헌법에 기반한 민주시민교양교육이 절실하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민주시민교육을 하여 헌법을 가르치고, 그 정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지난해 6월 3일 실시된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대선후보들에게 10대 정책을 제안하면서 세 번째 제안에 민주시민교육을 제안했다. 교육부는 지난 1월 30일 초‧중‧고등학생들에게 헌법가치를 실천하는 민주시민으로의 성장 지원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기공협은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시민교양교육은 기독교인들에게도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립이 가장 심한 곳이 한국 교회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추구하는 이념 앞에서는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갈등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
미국의 풀러신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 총장을 역임한 리처드 마우(Richard Mouw) 박사는 『무례한 기독교』에서 “시민 교양”(일상적인 공손함과 예의)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시민 교양은 곧 공적인 예의이다. 그것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이해심을 품고 기지, 중용, 고상한 태도, 예절을 베푸는 것이다. 하지만 외적이 공손함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교양 있는 태도에는 ‘내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마우 박사는 “신념 있는 교양”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마틴 마티(Martin Marty)의 “우리 시대의 문제 중 하나는 예의 바른 사람은 강한 신념이 없고,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은 예의가 없다는 점이다”라는 글을 인용하면서 “일반인은 물론 크리스천들에게서조차 시민 교양, 즉 일상적인 공손함과 예의가 상실되었다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미국 전역에서 높게 일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현대를 사는 크리스천들에게 주어진 진정한 도전은 '신념 있는 시민교양(Convicted Civility)'을 계발하는 일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한다.
마우 박사는 “그러나 시민 교양만이 삶의 전부요 최종적인 목표는 아니다. 우리가 좀 더 예의 바른 사람이 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또한 진리를 향한 강한 열정을 지녀야 한다.”며 “우리가 계발할 예의는 진리에 대한 강한 소신을 품은 예의다. 확고한 신념과 시민 교양을 갖춘 크리스천이 사회를 올바르게 변혁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하나님은 공적인 의(義)에 관심을 갖고 계신다”며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의의 대리자가 되도록 부름을 받았다. 우리는 의의 대리자로서 하나님의 표준을 공적인 삶에 적용하고자 애써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에 이어 1919년 4월 11일 상해임시정부를 수립하면서 국호를 대한민국의 하는 민주공화국가로 시작됐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자유, 평등, 민주, 공화 정신은 성경의 가르침에 기반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국한 주역들 상당수가 기독교인들이었다. 또한 기독교인들은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1987년 6월 시민항쟁을 주도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다.
미국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부인 엘리노어 루즈벨트는 “나는 민주주의가 다수 국민의 선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능력에 기초한다고 믿는다. 만약 그것이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살아남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헌법정신을 지키고, 공공선을 실천하는 품격 있는 민주시민이 되어야 한다. 그 중 믿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만큼 품위 있게 행동해야 한다(데살로니가전서 4장 12절). 그렇게 할 때 ‘무례한 기독교인’의 이미지를 벗게 될 것이고, 기독교인에 대한 호감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민주시민교양교육을 실시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