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교분리’를 종교 길들이기로 착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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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통일교·신천지 특검과 관련해 개신교계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내비쳐 파장이 일고 있다. 개신교 일부가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며 강한 제재와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한 건데 법조계에선 대통령이 헌법상 ‘정교분리’의 취지를 심각하게 왜곡한 발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교유착과 관련해) 일부 개신교도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과 주장이 있다”며 “경계가 불분명해 지금은 놔두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수사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밭갈이할 때 큰 돌부터 집어내고 자갈을 집어내야지 한꺼번에 하면 힘들어서 못한다. 일단 큰 돌부터 집어내고, 다음에는 자갈도 집어내는 단계가 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큰 돌부터 집어내고 자갈을 집어내겠다”는 대통령의 표현은 현재 추진 중에 있는 통일교·신천지 특검 이후 개신교도 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일종의 ‘좌표찍기’처럼 느껴져 섬뜩하다.

이 대통령은 일부 목회자의 설교 내용도 문제 삼았다. “개신교가 최근 아예 대놓고 조직적으로 (정치 개입) 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며 “심지어 ‘이재명 죽이라’고 반복해 설교하거나 ‘이재명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제목으로 설교하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목회자나 종교인이 설교 중 정치적 발언을 하는 건 헌법상 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는 영역이다. 이걸 국가가 개입해 제재를 가하는 것이야말로 ‘정교분리 원칙’ 위배에 해당된다.

지난 6일 구성된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가 통일교와 신천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내용은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선거에 개입한 ‘정교유착’ 의혹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와 상관없는 목사의 설교 내용까지 문제 삼으며 개신교로 수사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한 거다.

법조계에선 통일교·신천지와 개신교의 사례는 전혀 다른 사안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품수수' 혐의 등에 종교 단체가 연루됐다면 그 자체만으로 수사대상이 될 수 있으나 단순히 정치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이라도 종교인의 정치적 발언을 금지시킬 법적 권한이 없으며 나아가 그걸 강제할 목적으로 입법을 시도할 경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법조계 판단이다.

종교인이 현행법을 위반했다면 수사를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목회자가 설교 중에 한 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수사하고 제재를 가하겠다는 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다. 헌법상 ‘정교분리’는 권력이 종교의 공적 발언을 봉쇄하라는 데 쓰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국가 권력이 종교를 지배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걸 권력이 종교를 길들이는 수단쯤으로 착각하는 데서 불행이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