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경제 위기를 계기로 시작된 시위가 1주일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미성년자 3명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인권단체들이 보고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인권단체들은 이번 시위 과정에서 현재까지 최소 36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아직 공식적인 사망자 수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인권활동가 뉴스통신(HRANA)은 확인된 사망자 가운데 2명은 보안군 소속이며, 나머지는 시위 참가자들이라고 밝혔다.
HRANA 집계에 따르면 시위는 전국 27개 주, 92개 도시, 최소 285곳에서 발생했으며, 지금까지 최소 2,076명이 체포됐다. 수십 명의 시위대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BBC 페르시아는 현재까지 사망자 2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BBC 페르시아는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보안군이 시위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최루가스를 사용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독립 인권단체 헹가우 인권기구(Hengaw Organization for Human Rights)의 보고서를 인용해 사망자 가운데 최소 3명이 미성년자라고 전했다. 또한 40명 이상의 미성년자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 1일 이란 아즈나(Azna) 출신의 15세 소년 모스타파 팔라히(Mostafa Falahi)는 보안군의 발포로 사망했다. 또 3일에는 케르만샤(Kermanshah) 시에서 17세 라술 카디바리안(Rasul Kadivarian)과 그의 형인 20세 레자 카디바리안(Reza Kadivarian)이 시위 도중 보안군의 총격으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세 번째 미성년자 사망자는 곰(Qom) 시에서 숨진 17세 청소년으로, 국영 언론이 사망 사실을 보도했으나 신원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인권단체들은 해당 청소년의 사망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가디언과 인터뷰한 말렉샤히(Malekshahi) 지역의 한 익명 목격자는 “지난 주말 시위대가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체포된 시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정부 건물 앞에 모였고, 그 순간 보안군이 발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마치 적이나 무장 세력을 향해 총을 쏘는 것 같았다. 전쟁터에 있는 느낌이었다”며 “여러 명이 부상을 입는 것을 봤고, 일부는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기고 보안군이 다친 시위자들을 체포하지 못하도록 막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최근 이란 화폐 가치 급락과 물가 급등을 계기로 시작됐다. 수도 테헤란에서 시작된 시위는 대학가로 확산됐고, 상인들이 상점을 닫으며 동참하는 양상으로 번졌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시위가 2022년 ‘히잡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마흐사 아미니(22) 사건 이후 발생한 대규모 시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당시 시위는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과 대규모 체포로 마무리됐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국영 TV 연설을 통해 이번 시위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하메네이는 “시위대와는 대화해야 하고, 당국자들은 그들과 대화해야 한다”면서도 “폭도들과의 대화는 소용이 없으며, 폭도들은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화폐 리알화 가치 폭락의 원인으로 ‘외부의 적’을 지목하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적에게 선동되거나 고용된 일부 사람들이 상인과 자영업자들 뒤에 숨어 이슬람과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경제는 이미 심각한 침체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란 리알화는 최근 미 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떨어져 6개월 만에 가치가 56% 이상 하락했으며, 이로 인해 식료품 가격은 지난해 대비 72% 급등해 사회적 불만이 임계점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